최상현 주필

 

 

천안함 침몰 사태가 세계적인 이슈가 돼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이 든든한 원군(援軍)이다. 우리가 황망(慌忙)한 가운데서도 아픔과 슬픔을 억누르고 사태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발뺌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해낸 것이 주효했다.

만약 사태가 일어났을 때 분에 못 이겨 바로 치고받았다면 이렇게 국제적인 호응과 응원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또 중립국이며 북한과 수교국인 스웨덴의 전문가를 비롯한 국제적 전문가들이 참여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민군합동조사결과가 큰 설득력을 발휘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나토가 연일 강한 비난과 규탄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를 파견했던 스웨덴 정부도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이는 조사결과의 정확성과 객관성 과학성을 전 세계에 확인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도 천안함 사태에 대해 우리의 ‘차분한 대응과 객관적 과학적 조사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세계의 움직임은 북한에 엄청난 압박감과 고립감, 당혹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넓은 바다에서 결정적인 물증(Smoking Gun)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바늘 하나를 찾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요하고 차분하게 북한제 어뢰임을 뚜렷이 입증하는 추진체를 쌍끌이 어선으로 찾아냈다.

하늘이 의(義)로운 쪽을 도왔다. 중국도 이렇게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낼 것으로는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 크게 놀랐을 것이다. 북한과 동맹관계이며 유일한 후원국이지만 우리의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서만은 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만약 민족적 양심이 있는 세력이라면 이쯤해서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만천하에 약속하고 응당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도리어 최고 권력기구인 군사위원회, 조평통 등을 동원해 ‘천안함 사태가 자작극이고 모략극’이라면서 ‘제재가 있으면 전면전쟁을 하겠다’는 등의 협박과 공갈을 계속하고 있다.

증거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슨 ‘검열단을 보내겠다’는 황당한 소리도 한다. 살인범이 자기가 저지른 살인 현장에 와보겠다는 것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렇게 북한을 제외하고는 우리와 세계가 북한의 죄행(罪行)에 대해 일치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응징의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내부의 국론(國論)은 찢어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

마침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어서 북한이 만든 이 ‘북풍(北風)’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야당이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국제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서명한 조사결과에 대해서마저 의심하고 도발자에게 겨누어야 할 규탄의 칼 끝을 내부로 먼저 겨누는 이해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마땅히 여야가 힘을 합치고 국론을 모아 후속 대응 절차를 밟아가야 할 때에 국론 분열과 국민의 갈등과 대립을 부르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해(自害)이며 내홍(內訌)을 부추기는 행위다.

안보는 절대가치다. 선거도 그 가치 위에서 치러져야 하는 것이며 여야의 대립도 그 가치 위에서 있어야 한다. 어떤 정당이나 이념도 이 가치 위에 있을 때 의미가 있고 공동체에 수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엔도 인정하고 중립국도 인정하는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 그 신빙성에 대한 회의론이나 정부의 안보무능론, 책임론, 문책론을 먼저 들고 나와 적 전(敵 前) 분열 양상을 보일 것이 아니라 도발자를 향해 정부 여당과 한목소리로 엄중한 항의와 경고의 목소리를 냈어야 옳다.

그것이 사리와 대의(大義)에 맞는 일이었다. 그랬더라면 믿을 만한 수권 정당의 면모와 인상을 국민에게 강하게 각인(刻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술 더 떠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대북 결의안이라도 발의하고 채택케 했다면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었다.

어떤 이는 심지어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등은 억측과 소설’이라고까지 말했었다. 그거야말로 정말 억측과 소설이었다. 그의 말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그 기조에서 크게 못 벗어난 것 같다. 지도자 반열에 있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는 국민의 생각과 행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도 온당하지가 않다. 언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진실 보도를 위한 검증(Verification)인 것은 맞지만 그 검증 작업은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의혹을 선동적으로 보도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 언론은 공론의 장(長)이므로 이 말 저 말 실을 수는 있지만 근거가 확실치 않은, 그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일각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독자인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천안함 조사결과는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힘든 작업 끝에 결론을 이끌어 내고 그들이 이에 동의하고 서명했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엉뚱한 주장을 하더라도 일단 공인된 조사결과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검증을 해도 해야 균형 잡히고 신뢰받는 언론의 사명이 될 것이다.

지금은 국론을 모으고 국민이 단합해야 할 비상한 시국이다. 모두가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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