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경충대로에 위치한 성령교회(구 순복음성남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3대 엄기호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가 열렸다. 엄 대표회장이 취임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개신교계의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통합명칭 ‘한기총’ 사용해야… 수용 안되면 합치는 것 고려”
가깝고도 먼 한기총-한기연, 물밑 통합논의 순탄치 않을 듯
동성애·종교인과세·이슬람 등 현안 지역연합회와 연계 대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보수성향의 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3대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지난달 출범한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교회총연합회 통합기구)과의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엄 대표회장은 “통합은 찬성하나, 흡수 또는 복귀(가 맞다), 집(한기총)을 나간 분들이 돌아오면 문을 열어놓고 받아들이겠다”면서 한기연과의 통합 방향을 제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기연과의 통합 논의에 있어 전권을 쥔 엄기호 대표회장은 지난 8일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취임식)를 마치고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한기총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기존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기연과의 통합 문제는 엄 대표회장의 4개월이란 짧은 임기 가운데 최대 이슈 현안이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교회 내 한기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통합 논의에 제동을 걸고, 주도권을 한기총이 잡겠다는 속내를 사실상 드러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엄기호 대표회장은 5일 오후 한기총 내실화를 위해 모인 회원교단 총회장 및 단체장, 총무 및 사무총장 연석회의에서도 한기총을 중심으로 한기연과의 통합을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엄 대표회장은 “우리는 서로 이해하며 용서하고 용납해서 하나가 돼 가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하나 된다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다만 한기총이 힘이 없으면 끌려가게 된다. 내실을 철저히 다지면 (한기연과) 통합이 아니라 흡수가 될 거다. 나간 분들(한교연)이 들어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 대표회장은 이날 오전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의 모임에선 이 같은 속내를 숨긴 채 “통합을 찬성한다”는 입장만 밝혀, 향후 통합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했다. 한편 교단장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대신) 이종승 총회장을 통합추진위원장으로 선임, 한기총의 엄 대표회장과 논의를 거쳐 원만하게 통합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칭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엄 대표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에 나가보면 다들 ‘한기총’만 알고 이야기한다. 한기총이 5~6년 암흑기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버릴 수 없다. 다른 이름으로 한다면 합치는 것을 고려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동성애 반대…교회·목사 세무사찰 절대 안돼”

또 그는 보수 교계가 반대하는 동성애·동성혼과 인권법, 종교인과세, 이슬람(할랄푸드)산업 등을 지역 연합체들과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대처할 뜻을 내비쳤다. 엄 대표회장은 “한국 기독교가 회복하려면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 지역 연합회와 한기총이 협력을 해서 지역별로 부흥성회를 추진하겠다”며 “부흥성회를 하면서 동성애(동성혼)와 종교인과세, 이슬람 등의 문제에 대해 기도하고, 교인들에게 알리겠다. 동성애 문제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 “자진해서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 등 종교시설과 성직자의) 세무사찰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인 한기총 내 이단문제에 대해선 “내부 논의를 거쳐 풀어가겠다. 소명의 기회를 주고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끝으로 “짧은 임기지만, 풀어야 할 현안들이 중첩돼 있다. 한기총 내실화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이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엄기호 대표회장 취임식 “빛과 소금의 역할 다할 것”

8일 경기도 광주시 성령교회(구 순복음성남교회)에서 열린 ‘한기총 제23대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에서 엄기호 대표회장은 내실을 다져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식으로 치러진 감사예배에는 증경대표회장 지덕·최성규 목사, (가칭)한국기독교연합 정서영·김선규·전명구 목사, 문화체육관광부 김갑수 종무실장, 한기총 임원과 주요 교단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엄기호 대표회장은 취임사에서 “(한국교회 안팎으로 어려운) 이러한 시기에 대표회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의 뜻이 있을 줄 믿는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옳고 그름이 뭔지를 사회에 바로 알리겠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아낌없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축하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조 목사는 “엄 대표회장은 20여년간 연합기관에서 사역한 경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힘을 더 내어서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고 연합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소망한다”고 격려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영훈 직전대표회장도 축하영상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직전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기총 임원을 대표해서 증경대표회장 최성규 목사가 엄기호 대표회장에게 취임패를 전달했다. 이어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갑수 종무실장을 통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사회통합에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기연 정서영 공동대표회장은 이날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으로 소개됐다. 정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새롭게 도약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개혁과 원만한 통합 추진을 바라면서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 외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한기연 공동대표회장인 김선규 목사(예장합동 총회장)와 전명구 감독회장(기감)도 각 교단 대표로 축사를 밝혔다.

한편 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은 1947년생으로 한세대 신학과를 졸업, 여의도순복음교회 전도사를 시작으로, 현재 성령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현재 양평금식기도원 원장, 사단법인 굿피플 이사, 기아대책본부 동부지역 이사장, ㈔국제사랑재단 이사, 한국기독교복음주의총연맹 총재, 세계복음화중앙협 상임부총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제36대 총회장, 순복음부흥사회 대표회장, 한세대학교 이사장, 국민일보 이사, CTS 이사, 한기총 공동회장, 한기총 남북협력위원장,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대표회장, 한기부 대표회장, 한국오순절교회협의회 대표회장, 교경협의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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