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경험이란 것은 대체로 약이 되지만 때로는 독으로 작용한다. 노력했던 것에 대한 결과가 좋았다면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되어 그 경험에 충실한 삶을 살며 목표를 향해 다가갈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던 케이스라면 그 사람에게는 그 경험은 몹쓸 경험이었고 누군가 같은 길을 걷겠다고 하면 적극 반대하며 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본래 그 사람이 갔던 과정은 정상적이었고 결과물은 당연히 좋게 나와야 하는데 운이 나쁘게 돌연변이 변수가 작용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경우 개인은 변수를 생각하지 못하고 몹쓸 길이라고 기억하고 남들도 선택하지 말도록 권유한다. 그 개인이 어떠한 단체에 소속돼 있어 상사의 조언을 얻거나 집안 어르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전 과정 중에 잘못된 부분을 짚어내며 여기만 고치면 그 길은 최고의 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고 그 길이 모여 경험이 되니 그것이 본래 나쁜 것인 줄 아는 개인에게 나쁜 것이 아닌 오류가 있음을 알려주고 너의 길을 단축할 수 있음을 알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그 길을 미리 가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길을 걸어야 하는지 안다. 그러나 그 가이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망설이기 때문에 쉽사리 어떠한 사건에 개입하기를 꺼려한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한평생을 그 분야를 연구하고 해법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며 그러한 과정을 학문적인 증명으로 남기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지 오래됐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안보 이제는 사회마저 한계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분야의 식자들은 입을 닫고 있다. 무슨 연유일까?

제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떠벌이고 빈정대기 좋아하는 댓글족들일 뿐 뼈가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 분명 우리는 이름도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학회가 있고 연구원, 연구소가 있다. 그들은 각각의 분야에 매진하고 있고 개인으로나 조직으로나 실적을 내고 있다. 물론 정부도 관련기관과 연구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당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발언권은 묻혀버리고 있고 자칫 전쟁의 주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을 찾아볼 수가 없다. 외교적인 방송적인 의례적인 기사와 발표만 있을 뿐 진정 그러한 멘트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자국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국가 원수는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세우고 선 조치하며 방어책을 세우거나 공격책을 세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입장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니 이를 바라보는 입장이 안타깝다. 케케묵은 원칙과 원론만을 고수하며 변해버린 전장을 인식 못하는 지도층이 답답하다. 물론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되었다. 그러나 이들을 서포트하는 조직이나 전문가는 그 분야에는 전문가이다. 과연 이들의 조언을 받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우리의 외교적 처신이 안타깝다. 외교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입장 표명이자 앞으로의 행동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처신이 온전해야 한다. 전쟁을 얘기하는데 평화를 말하고 있고 무기의 배치를 논하는데 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닌 주제에 몰입하면서 나라의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선택의 상황임에도 이를 주저주저 하며 망설이기만 하니 제낌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당장 자국 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에 주변국의 망설임을 애교로 봐주는 나라는 없다. 각각의 입장에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벌이는 고도의 전술이다. 여차 하면 국가방위책이 단번에 날아갈 수도 있다. 냉철하게 현실을 보고 전문가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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