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8월 3일 북한이 결국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6.1 정도의 인공지진 강도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히로시마 원폭의 5배 정도의 위력이라고 얘기하고, 일본 정부는 3차례의 수정을 거쳐 10배의 규모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서는 풍계리 갱도 주변의 촬영을 통해 핵실험 전후(前後) 모습을 공개했는데, 실험 장소 일대에 큰 산사태가 발생한 것 같은 무너진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말을 그래도 듣는다고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사실이야?”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일 중국은 신흥 경제 5개국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화국) 정상국제회의 개막식을 성대하게 치르고 있었다. 중국의 입장과 체면을 아랑곳 하지 않고 북한은 또다시 제멋대로의 방식으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이제는 중국의 입김도 북한에 통하지 않고 있다.

탄도 미사일만 해도 국제사회 및 중국에 알리지 않고 지난 6년간 60발을 발사했다. 핵을 탑재해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도 미사일 발사 자체만도 상당히 위협적인 것이다. 무슨 불가사의(不可思議)인지, 돈도 없을 것이라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무색할 정도다. 가장 저렴한 스커드 미사일 가격만 해도 600만~1000만 달러인데 60발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우리 모습 봐 달라” 막가는 정책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으로 북한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유엔 제재의 끝판왕이 11일 발표될 전망이다. 미사일 발사 때마다 핵실험 강행할 때마다 제재를 취했지만 북한의 행태는 그대로다.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을 다루는 방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말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비난하면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100만톤에 가까운 원유를, 러시아는 30만톤에 가까운 원유라는 핏줄을 북한에 우호가격이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신냉전체제가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북·중·러의 삼각과 한·미·일 삼각이 제재라는 이면에서 군사적 암투가 시작됐다. 한반도가 그들의 무기를 실험하고 판매되는 전쟁터로 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이번 핵실험에서 드러난 것을 종합할 때, 북한은 그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의 방식으로 갈 것이다. 한미일은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었다. 괌 주변을 공격할 것이고, 청와대를 쑥밭으로 만들 것이고, 일본 열도 어느 지점도 모두 타격할 수 있다고, 공갈과 협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에 제재와 압박은 안 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미·일과 견고히 협력을 구축하면 할수록 북·중·러는 더욱 강고한 관계를 형성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이 원치 않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사드 추가4기 임시배치로 중국은 한국의 악성종양을 제거해야 한다고 외교적으로는 쓸 수 없는 거친 언사를 뿜어내고 있다.

진정 한·미·일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역설적 제안과 중대결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입맛에 맞춘 대북전략도 위험하다는 인식을 절절히 해야 한다. 오히려 북한이 그렇게 녹음기 틀어놓은 것같이 반복하는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라고 하는 것이다. 선제적으로 북한의 전제 조건을 듣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실리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절실하게 나서서 대화의 국면을 만드는 것이다. 자존심과 체면을 내려놓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 궁극적으로 전격적 협상을 위한 도발을, 자기 주제를 알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안다. 한국과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은 가진 핵과 미사일을 통해 협박해 대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보장 받고 미국과 평화 협정을 체결 하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궁극적 통일을 위해서라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도 받아들이고 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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