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해 보이는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천지일보(뉴스천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유증’
중개업자들 “굶어 죽게 생겨”
분위기 묻는 전화만 걸려와
“매수 문의 없다” 한목소리
부동산 현장 목소리 엇갈려

[천지일보=유영선·송성자 기자] “보시다시피 손님이 하나도 없어요. 큰일 났어요. 부동산 중개업자들 다 굶어 죽게 생겼어요.”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시구로 추가 지정한 가운데, 8일 분당구 이매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최모(53, 여)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최씨는 “분당의 경우 8.2대책 이후 일이 거의 없었다. 집값이 올라간 것은 그전에 계약한 거 잔금 치른 것 때문인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면서 “대출액이 줄어 잔금 못 치르는 사태가 많이 나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전세도 안 나가고, 매매는 꿈도 못 꾼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 세게 조여버리니깐 부작용이 있을 거 같다”고 우려했다.

분당구 이매역과 서현역 일대에 있는 10여 곳의 공인중개사를 방문해봤지만, 한결같이 “너무 조용하다” “한가하다” “폭탄 맞았다” “문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갔을 때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들 공인중개소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현역 근처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모(45, 남)씨는 “지금 나라에서 가격을 잡으려고 하니깐 실수요자들이 돈이 있어도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줄다리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의 대표인 윤모(65, 여)씨는 “분당은 매도자 우위로 금액이 떨어지지 않을 뿐 거래가 많은 지역이 아니다”라며 “결국 이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거래절벽이 되고, 결국 대출도 규제가 되면 서민들만 죽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공인중개업자도 있었다.

분당구 이매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박모(63, 여)씨는 “강남 못지않게 집값이 비싼데 여기는 왜 안 묶었나 의아했다”면서 “풍선효과가 있다 하니깐 20평에 3억 5천만원짜리를 5억에 팔아달라고 하는 집주인도 있다. 정말 얄밉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도 성남시 분당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수성구 지산동의 한 공인중개사의 소장은 “투기과열지구 발표 후 고객이 매물도 다시 넣고 2~3개월 전부터 매입하려고 계획했던 고객도 ‘좀 더 기다려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며 “수성구라도 동마다 형편이 다른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노무현 정부 때를 다시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년을 한 곳에서 업을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1년 동안 엄청 힘들었다”며 “그런데 또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으니 문재인 정부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수성구 황금동의 중개업자는 “발표 전에는 매도자가 우선이었지만, 발표 후엔 매수자가 우선으로 시장이 바뀌었다”며 “발표 전에는 하루에 20~30통의 문의 전화가 왔는데 지금은 10통 이내의 일반 전화만 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8.2 부동산 대책 때 지정된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 세종시에 이어 경기도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 2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8.2 대책 이후에도 주간 집값 상승률이 0.3% 안팎을 기록하는 등 집값 과열 양상이 진정되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된 경기도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40%로 내려가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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