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한국인 관광객 유인해 신상정보 확보

(서울=연합뉴스) 최근 공안당국에 구속된 남파 여간첩 김모(36)씨는 남한의 고급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에서 한국인 관광객 대상의 여행사업을 기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5월 관광지로 유명한 중국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에 머물며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서울메트로 전 직원 오모(52.구속)씨를 현지로 초대해 관광을 시켜주며 여행사업 투자를 권했다.

오씨의 투자를 받아 장자제에 여행사를 차리고 숙박시설을 지어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었다.

퇴직 후 중국에 정착할 마음이 있던 오씨는 김씨의 권유에 따라 같은 해 7∼8월 여관과 호텔 신축비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모두 미화 27만달러(한화 3억여원)를 송금했다.

검찰은 "김씨는 유명 관광지에 5성급 호텔을 지으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호텔을 찾는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고급 정보를 입수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 한국 인사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고 2007년 말 오씨를 대표로 H여행사를 설립해 오씨 등으로부터 소개받은 국내 여행업체와 관광객 모집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H사의 관광사업은 김씨가 경찰 등 국가공무원들의 중국 방문을 알선해 이들의 신상정보를 빼내고 국내 동향을 입수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공무원 6명이 포함된 한국인 관광객 24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보위부에 제출하고 이들의 중국 관광을 주선하는 등 여행사업을 통한 첩보 활동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씨 등은 영업 부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지병인 간경화 증세 등으로 호텔을 완공하지 못하고 여행사업을 접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협력한 국내 여행업체 직원들과 채팅으로 국내 대학 정보를 알려준 대학생 이모씨 등이 "김씨가 북한에서 온 간첩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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