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양국은 24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제2차 전략경제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와 양국 경제.무역갈등, 이란 핵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회담은 이날 오전 인민대회당 개막식 후 댜오위타이(釣魚臺) 5호각과 17호각으로 자리를 옮겨 전략대화와 경제대화로 나눠 진행됐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이 공동의장을 맡은 전략대화에서 미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를 주요 의제로 올려 중국의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막식에서 클린턴 장관은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로 천안함이 침몰된데 대해 북한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에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회담 와중에도 취재진에게 "천안함 사태는 역내 안보에 '매우 불안한(highly precarious)' 상황을 초래했으며 미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 고조가 자칫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회부 여부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이날 새벽(현지시간)에 발표한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천안함 사건 안보리 회부 등의 24일 대국민담화에 대해 "전적으로 적절하다(entirely appropriate)"며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략대화에서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서도 즉각적인 논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지난 20일 발표된 우리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에 대해 평가.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 작업이 종료되기 전에는 구체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25일까지 진행될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도 중국측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미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핵 6자회담 의장인 중국의 우다웨이 (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한.중 정상회담(28일.서울) 및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29∼30일.제주도) 준비차원에서 25일 방한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주목된다. 우 대표는 방한기간에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갖는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한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차단하는데 중국의 협조를 요구하면서 이란 주요인사와 단체의 재산 동결을 명시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중국의 동참을 촉구했으나 중국측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테러대응, 기후변화 협약과 관련해 양국간 협력문제도 논의됐으며 구글 인터넷 사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 등으로 야기된 양국 갈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공동의장을 맡은 경제대화에서 중국측은 유럽의 채무위기를 포함한 세계 거시경제 안정성 문제와 거시경제정책 조율 강화를 적극 주장한 반면 미측은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을 거론하면서 공정경쟁을 촉구했다고 미측 고위관리들이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취재진에게 "미.중 양국의 공동이익은 공정경쟁을 통한 세계무역 시스템 강화에 있다"며 "이와 관련해 중국의 더 많은 개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샤오창(張曉强)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기초가 아직도 튼튼하지 못하며 일부 유럽의 국가 채무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오늘 회담에서 양국 장관급 인사들 간에 출구전략 시기 결정을 신중하게 하고 시행 역시 침착하고 안정되게 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서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가 큰 이슈로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21세기에서의 적극적인 협력과 전면적인 중.미관계를 추진하기 위해'라는 제목의 개막식 축사에서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가고 있는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상생 공영을 위한 전면적인 협력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