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자신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일이 터졌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대표 취임 불과 74일 만의 조기퇴진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우리 정치권에서 몇 안 되는 촉망 받는 여성 정치인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 결코 가볍지 않은 처신 그리고 뛰어난 전문성과 정치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조기 퇴진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바른정당이 위기로 몰렸을 때 이혜훈 전 대표는 구경만 하지 않았다. 명분도 원칙도 없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는 동료 정치인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자괴감이 들었겠는가.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자칭 보수’의 몰락을 보면서 이 땅의 ‘진정한 보수’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았을 것이다. 지난 6월 이혜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때 “기존질서에 안주하는 기득권 보수,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퇴행적 보수, 자기희생을 거부하는 이기적 보수인 낡은 보수와 철저히 결별하겠다”며 ‘보수의 본진’을 자처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처럼 담대한 의지는 불과 74일 만에, 그것도 정치인으로서는 최악인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려 그 뜻을 접고 말았다.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의 길로, 개혁적 보수의 길로 꿋꿋하게 가주길 바랐던 많은 국민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설마 하는 탄식과 함께 누군가의 음모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모두 바른정당의 발전과 이 전 대표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지지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혜훈 전 대표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보노라면 정말 상식 밖이다. 물론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또 쌍방이 쟁점을 다투고는 있지만 이 전 대표가 그런 사람을 가까이 뒀다는 것부터 납득이 안 된다. 정치인들의 부침을 무수히 지켜봤던 이 전 대표가 아니던가. 게다가 일이 불거지고 난 뒤에 이 전 대표가 해명하는 일부 내용도 믿기 어렵다. 말이 달라질 뿐더러 갖고 있다는 영수증과 코디용 명품들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김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검찰이 명백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이혜훈 전 대표가 먼저 진실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옳다. 법률적 문제보다 정치적 문제가 더 먼저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당분간 혼란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다수의 국민은 바른정당이 정말 ‘바른 보수의 길’을 개척하길 바라고 있다.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결국 정치와 국민이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참 괜찮았던 보수정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고 싶지 않다. 바른정당에게는 이번의 시련이 더 건강하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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