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국회는 정상궤도를 밟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노동부 조사에 반발해 정기국회를 보이콧 하고 시위까지 벌이는 모습은 낯설다 못해 코미디에 가깝다. 그러나 다행스런 것은 그럼에도 정기국회는 갈 길을 간다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떠난다”라고 했듯이 자유한국당이 보이콧 한다고 해서 국회가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다당체제의 효과’라 하겠다. 우리 정당체제도 실질적인 경쟁이 돼야 한다. 경쟁에서 빠지면 밀려나기 마련이다. 기득권적 독점체제의 종언은 정치영역에서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 어디로 가는가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다수의 주민들이 몸에 쇠사슬을 엮고 사드 배치를 막아섰지만 경찰력을 동원한 정부의 의지를 당할 순 없었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돌변한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토록 ‘공론화’를 외쳤건만 공론화는커녕 입장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즉각 배치’로 밀어붙이는 그 ‘변심’은 오히려 불안해 보인다. 지난 대선 때의 사드 논쟁을 다시 보노라면 그저 공허하고 허탈할 뿐이다. 더욱이 사드 배치를 강력 반대했던 그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씁쓸하다 못해 배신감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다 김정은의 6차 핵실험 때문이라고. 박근혜 정부도 그랬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푸틴에게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하자 푸틴은 북한의 학교와 병원 같은 민간의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 된다”며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냉정하게 긴장 고조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푸틴이 이성적인 자세를 당부한 셈이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푸틴의 대화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도 그랬다.

국회가 어렵게 작동은 되고 있지만 인사문제는 더 큰 난관에 처해있다. 국민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부 인사를 발탁해 놓고서는 야당 탓을 하거나 변명만 반복하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은 그 압권이다. 문재인 정부와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과학기술계를 능욕하는 일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번에도 검증 과정은 먹통에 가까웠다. 인사수석도 있고 민정수석도 있지만 ‘검증 시스템’은커녕 기초자료나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다. 큰 문제가 없다며 또 밀어붙일 태세다. 과거 박근혜 정부도 그랬다.

지난겨울의 삭풍에도 광화문의 함성은 ‘문재인 정부’라는 봄꽃을 피워냈건만 지금 그 봄꽃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색깔까지 변색되면서 많이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자칫 잎도 떨어지고 뿌리까지 파헤쳐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두렵다. 아직 꽃잎이 만개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날 환하게 피어날 봄꽃의 희망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접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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