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대형마트의 생리대 코너. ⓒ천지일보(뉴스천지)

“모이면 생리대 걱정뿐”
면생리대 판매급증 ‘품귀’
“안전한 제품 만들어달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리를 하지 말라는 건지. 안 할 수도 없고...” 아기를 안고 나온 주부 전모(35)씨는 2~3분가량 생리대를 살펴보다 결국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생리대 매대는 평소보다 더 한가했고 스마트폰으로 유해물질 생리대 리스트를 확인하며 고민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생리대 리스트가 발표된 후 소비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생리를 하지 말라는 건가.” “가장 안전한 방법은 임신인가.” 자조 섞인 목소리도 가득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4일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실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10종의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했다. 발표 당일 저녁 여러 대형마트에서 만난 여성들의 심리는 한마디로 ‘혼돈과 배신감’이었다.

직장인 이지혜(39)씨는 “유한킴벌리는 그래도 믿고 썼는데 이 제품에서도 나왔다니 충격”이라며 “기사를 보니 사실상 모든 제조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것이나 다름없어서 뭘 사도 찜찜하다”고 불안해했다. 결국 그녀는 “면생리대를 알아봐야겠다”며 구매를 미뤘다.

다른 마트에서 만난 권상미(34)씨는 “계속 릴리안만 썼는데 양이 심각하게 줄고 생리통도 심해져서 불안감이 더 크다”며 “모든 제조사 제품들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던데, 대체 안전한 제품이 뭐냐. 안전한 게 있긴 한거냐”고 반문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번 유해물질 검출 리스트에 포함된 생리대를 집어 드는 여성도 보였다. 박씨는 “사용한 지 꽤 됐는데 특별한 이상은 느끼지 못했었다”며 “발표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안 쓸 수도 없으니 그냥 구매했다”고 말했다.

▲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 실험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목록.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천지일보(뉴스천지)

판매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판매원 A씨는 “사실 접착제의 경우 모든 제조사가 동일한 해외업체의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아직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제품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마트에서 생리대 제품을 판촉하는 B씨 역시 “오늘 발표된 내용이 식약처의 실험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판매중단 등의 조치는 내려오지 않았다”며 “불안해하며 어떤 게 안전한지 묻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어떤 제품을 권해야 할지, 같은 여자로서 제품을 권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역 맘카페도 생리대 논란으로 시끄럽다.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주부 원지연(34)씨는 “불안해서 면생리대로 바꾸겠다며 어디 제품이 좋은지 묻는 글들이 많다”며 “외부활동이 많은 워킹맘은 기존 생리대 위에 면생리대를 겹쳐 쓰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직장인 최모(32)씨도 “발표 후 직장에서도 친구들과 하는 단체 카톡방에서도 온종일 생리대 걱정뿐이었다”며 “살충제 달걀에 일본 방사능에 북핵까지 주변에 온통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 투성이라 그러려니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3)씨 역시 “가는 곳마다 생리대 얘기뿐”이라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신하고 모유 수유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들이 느끼는 충격은 크다. 제발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에 면생리대 품귀현상은 더 확산됐다. 한 면생리대 업체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문량이 급증했다”며 “오늘도 주문폭주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유기농생리대 나트라케어도 주문이 폭주하면서 품절·배송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이런 시장의 혼란을 틈타 폭리를 취하는 개인 소매상이나 나트라케어 가품을 판매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회사 측은 “현재 국내에 정상 유통되는 모든 상품은 수입원 ‘바디와이즈’의 한글표시 사항을 기재하거나 라벨로 부착했다”며 “반드시 확인 후 구매하라”는 공지문을 띄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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