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제공: ㈜쇼박스)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화
같은 듯 다른 이야기 풀어내
1인칭 시점 사용, 몰입감 고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은 기존에 연쇄살인범을 다뤘던 많은 영화와 설정부터 차별된다.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신선한 설정 탓이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 분)’가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힌 습관이 되살아나면서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범죄 스릴러다.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설경구 분)’는 현재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아버지다.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가 요즘 인근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의 범인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이라고 신고한다. 그러나 경찰인 태주는 병수를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로 취급하고, 다른 경찰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가 병수의 딸 ‘은희(설현 분)’ 곁을 맴돌고, 병수가 태주를 경계하지만 병수의 기억이 자꾸 끊겨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고, 병수는 망상과 실제 상황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제공: ㈜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3년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과 같이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결말까지 이끈다.

영화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재연했다.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을 쥐고 흔든다.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 영화가 제작된 것은 아니다. 원작만 생각하고 영화를 보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원신연 감독은 과거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뼈대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성격과 등장인물의 사연 등을 더해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착한 사람이 악을 쫓는 흔히 접하는 선악 구도의 범죄영화가 아니어서 새롭다.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과거 연쇄살인범 병수가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쓰레기 태주를 쫓으며 급속도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오간다. 이 때문에 관객은 병수의 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범인을 쫓으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제공: ㈜쇼박스)

또 오랜만에 바로 설경구의 진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영화를 주목할 이유다. 병수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준비할 것이 많아 그만큼 어려운 캐릭터다. 설경구는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는 병수를 눈빛 하나만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병수를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곧 연쇄살인범 병수였다.

김남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 ‘태주’로 분해 열연했다. 그는 섬뜩한 표정으로 병수를 코너로 몰아넣는다.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연기에 관객들은 깜박 속아 넘어간다. 걸그룹 AOA 설현의 연기 도전도 나쁘지 않다. 설현은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며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지켜보는 딸 은희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낸다.

켜켜이 쌓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결론에 도달하는 색다른 범죄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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