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문화 세우기]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자세
[韓문화 세우기]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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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가훈 가운데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을 해석해 보면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는 의미이다. 이는 똑똑한 사람이 속내를 감추고 바보처럼 사는 것이 쉽게 않음을 나타낸다 하겠다. 똑똑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 어찌 보면 참 현명한 처신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외모만으로 경제적·사회적 지위 등을 판단하기 힘들 때가 많다. 만약 어떤 사람이 허름하게 보이는 옷을 입었을 경우, 그가 부자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집, 건물, 자동차 등은 물론, 데리고 다니는 애완동물 등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형성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근면·검소·겸손하게 보이려고 하는 데 익숙해진 특유의 중국 문화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처신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면목이라 하겠다. 둔하거나 바보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실속 있는 처신이다. 조금 알면 아는 척 해야 하고, 부자라면 부자다운 티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처신이다.

‘난득호도’의 유래를 보자. 중국 청나라 때 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서예가, 문학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정섭(鄭燮, 1693~1765)이 남긴 글이다. 그는 관리로서 산둥성(山東省)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그의 친척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가옥의 담장 문제로 이웃집과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담당관리에게 잘 부탁해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섭은 ‘담장을 몇 자 양보하는 게 어떤가’라는 답장과 더불어 ‘난득호도’라는 편액(扁額)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총명하게 되는 것도, 어리석게 되는 것도 어렵다. 하물며 총명한 사람이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삶이란 알면서도 바보인 척 해야 할 때가 있다. 허실을 보더라도 이를 묵인하는 경우라 하겠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물이 너무 맑은 곳에서는 고기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너무 원리·원칙에 의존하고 밝으면 주위에 친구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총명한 것보다 더 낫다. 여기서 어리숙하게 행동함은 행동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로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사실 총명한 사람일수록 늘 걱정과 궁리를 많이 한다. 이를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좀 모자람의 철학을 갖는 것이다. 남보다 한 발 먼저 앞서 가려하다보면 늘 긴장해야 한다. 설령 앞서 가더라도 생활에서 즐거움과 활력을 찾기가 어렵다. 왜 그런가. 과욕에 얽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람은 생활에 쾌활함이 찾아든다. 무심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더 부자 되기를 원하듯, 총명한 사람은 더 총명해지기를 원한다. 지나친 총명함, 지나친 어리숙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점이라면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각각 잘난 맛에 산다. 집착력이 강하며 물러서기를 싫어한다. 또 자기자신을 총명한 사람이라고 자찬하거나, 총명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마음·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아무 걸림이 없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난득호도’는 자기를 관리하는 최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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