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우리는 ‘약속’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이 개인적 차원이든 공공의 차원이든 건강한 사회·국가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덕목임에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굳이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지켜야 할 약속 또한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노약자나 임산부한테 자리 양보하기, 도서관에서 조용히 하기, 에스컬레이터 이용객 줄서기 등 사회적 약속이 있다.

자기 자신은 물론,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사회, 국가와 국가 등 약속 대상이 다양하다. 약속 대상의 다양화와 더불어 약속 방법 또한 다양하게 변화돼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SNS를 통한 약속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약속은 상호 믿음과 이미지 구축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왜 약속을 하는가. 신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또 이를 지속성 있게 유지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약속 이행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약속 불이행이 상습적이어서는 안 된다. 또 약속은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그렇게 여겨서도 안 된다. 가볍게 여긴 결과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유연한 약속 문화 때문이었다.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 당시로는 그러한 문화가 통용될 수 있었기에 굳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때문에 차가 밀리면 예정된 시간보다 도착시간이 꽤 늦을 수 있다. 그런데 국제회의 등 중요한 미팅이 약속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미팅의 내용과 관계없이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사람이 미팅 진행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약속을 한 후 그것을 지킬 수 없다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또 지키기 힘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에 신뢰 퇴보 또는 파괴로 이어져 목표, 방향성, 책임감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러하기에 약속의 이행과 불이행은 신뢰성과 평가에 큰 기준이 되고 있다. 작은 약속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 조직, 기업, 국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파워 생성이 어렵다. 약속을 펑크내거나 빈말 약속을 남발하는 사람, 사회, 국가에게 좋은 평가를 해줄 리는 없다.

나폴레옹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음과 약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일본, 약속 불이행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뉴질랜드가 시사하는 점은 약속이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뉴질랜드에서는 병원 등 공공기관을 이용할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시간 약속을 어기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준다. 이렇듯 선진국 진입 연결고리의 일환으로 약속 이행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공공의 이익과 공공정신이 넘쳐나게 하는 방법은 철저한 약속 이행에 있다. 약속의 가치를 규제의 강약이 아닌, 책무와 성숙함에 둬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