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그라눔 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학교 신승환(철학과) 교수가 ‘포스트휴먼시대의 가톨릭 고등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교회의, 그라눔 심포지엄서 ​‘미래교육’ 열띤 논의
“가톨릭 영성교육, 생명·생태계 본질 성찰에서 시작”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종교계가 발 빠르게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위해 미래교육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관심을 끌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가톨릭학교의 미래교육’을 주제로 제6회 그라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인간의 삶과 지구촌 산업 환경에 상상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는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향후 세계가 직면할 큰 화두로 회자되면서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같은 해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교계는 경제와 사회, 문화를 넘어 종교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격려사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우리의 삶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 그러면서 천주교가 미래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신철 주교는 “정보 통신 기술을 통해 이제는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 사이를 연결하고, 초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 앞에 서 있다”며 “현재 우리로 하여금 그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게 한다. 이 자리가 복음의 가치로 미래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가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가톨릭학교의 미래교육’을 주제로 제6회 그라눔 심포지엄을 열었다. 가톨릭대학교 신승환(철학과) 교수가 ‘포스트휴먼시대의 가톨릭 고등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간 사유와 실존적 영역 도외시하면 안돼”

이어진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가톨릭대학교 신승환(철학과)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가톨릭이 나아갈 미래교육의 방향과 영성교육의 지향성을 철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확립된 개념도, 이론도, 실체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한편, 지나치게 경제·자본주의적 논리에 치우친 점이 없지 않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포스트휴먼시대의 가톨릭 고등교육’이란 주제를 꺼낸 신 교수는 “과연 이 시대가 4차 산업혁명으로 명제화해야 할 만큼 시대적 변화를 넘어 문화적이며 철학적 전환까지 초래하는지, 아니면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라 다만 산업적 관심사에서 머물지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4차 산업혁명’이란 명제는 지나치게 산업과 경제적 표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 등이 대표적이다.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등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다 보니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범위와 빠른 속도로 인간의 삶과 지구촌 미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 교수는 “인간의 사유와 실존적 영역을 도외시한 4차 산업혁명 논의는 다시금 인간을 협소하게 이해함으로써 근대 극복이란 시대적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휴머니즘 이후의 인간이해를, 이러한 협소한 지평으로 해명하는 좁은 의미의 포스트휴머니즘 논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기성 교사(계성초등학교)가 ‘가톨릭학교의 미래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포스트휴먼시대 가톨릭 고등교육은 어떻게 하나

신 교수는 ‘포스트휴먼시대 가톨릭 고등교육은 어떠한 내용을 지녀야 하는 것일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포스트휴먼시대에 필요한 가톨릭 고등교육이 지향하는 영성교육은 이성중심의 휴머니즘과 트랜스 휴머니즘적 포스트휴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영성교육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생명의 터전인 생태계의 의미론적이며, 존재론적 특성을 본질적으로 성찰하는 사유 위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외에 이재돈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환경사목위원장)의 특강과 이어 김수연 수녀(소화유치원 원장)가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며’를, 조기성 교사(계성초등학교)가 ‘가톨릭학교의 미래교육’을, 최태선 교사(현대고등학교)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학교복음화’ 등의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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