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리더들이 보여준 부패와 비리는 ‘순종’을 미덕으로만 여기던 교인들의 눈을 뜨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개신교회는 그 중심에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한국교회에 국한되지 않고, 종교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주요 종단에서 읽히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에 종교계에 관심을 갖고, 창간 이후 국내 종교계를 취재해온 본지는 창간 8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지도층의 행태와 교인들의 움직임을 짚고 종교계의 현실을 살펴본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부패의 단상 개신교 

소리없는 반발 ‘가나안 성도’
교회 신뢰도 계속 하락해도
뚜렷한 대책 없는 한국교회

새 연합기구 만들기에 ‘급급’
종교계 이끌 리더십은 상실
목사들의 ‘교리·이권’ 전쟁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후 근 100년 사이 급격한 부흥으로 시대를 풍미한 한국교회는 갖은 노력에도 최근 쇠퇴 추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성직자·교회의 비리와 부패는 교회 내부에서는 ‘쉬쉬’하며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목회자들의 사기·횡령·배임·성추행·폭력·살인미수 등 각종 범죄 행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을 장식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패상에 한국교회 신뢰도는 끊임없이 추락했다. 이와 맞물려 교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읽히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저항하기 시작한‘ 교인’

목회자들의 부패가 수면 위로 드러남에 따라 평신도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실 교인들이 한국교회 문제를 공론화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 내에서 자행되는 비리와 부패를 개혁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면서,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으로 시작해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개신교 평신도시민단체들이 하나둘 탄생했다. 이들이 부패한 성직자들을 향해 투명한 재정운용과 독선적인 권력 남용을 경계하며 회개를 촉구한 지 30여년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성직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래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생들도 가세했다. 지난 6월 감신대 장신대 한신대 서울신학대 등 신학생으로 구성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 앞에서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신학생시국연석회의 연합기도회’를 열고 신학대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향해 개혁을 부르짖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뚜렷해진 교세 감소

평신도들의 작은 목소리로 목회자들의 부패를 뿌리 뽑기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교회의 리더격인 목회자들은 70여년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풍토를 바꾸지 못했고, 그 결과는 한국교회의 교세 급감으로 고스란히 표출됐다.

1200만을 자랑하던 한국교회의 교세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967만으로 줄었다. 이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국교회 내에서 ‘1200만 성도’는 행사 때마다 거론되는 공식화된 숫자였다. 한국교회가 교세 감소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매해 주요 교단 총회를 통해 자체 교인수 조사가 진행됐고, 적게는 수천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교인 감소는 수년 사이 추세가 됐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는 위기감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가 지난해 말 인구전수조사로 나타나자 불안감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의 시작은 교세 급감이라는 위기와 맞물렸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며 각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이 사이 대두된 화제가 ‘가나안 성도’다. 이는 교회 ‘안나가’를 거꾸로 읽어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교회를 등진 교인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200만으로 예측되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한국교회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는 게 교회를 빠져나가는 교인을 막는 길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교인들이 교회를 등지는 원인은 주로 목회자와 교회에 있었다.

지난해 4월 한국교회 양대산맥 중 하나인 예장통합총회 주최로 열린 ‘가나안 교인’ 세미나에서 교회 청년들의 친구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했다. 교회를 떠난 청년들은 교회지도자와 관련해 ‘교회 운영에 대한 실망(27.3%)’ ‘교역자에 대한 실망(20.3%)’ ‘과다한 헌신 요구(19.6%)’등을 지적했다. 또 교회 내 관계에서는 ‘교회의 배타적 분위기(25.8%)’ ‘교인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24.7%)’을 꼽았다. 

종교 간 수평이동 흐름도 읽혔다. 한국교회는 세미나 자료집을 엮어 2013년 도서‘그들은 왜 가톨릭 교회로 갔을까? :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톨릭’을 발행하는 등 천주교로 개종한 교인들에 집중했다.

또 수치상으로도 종교 간 이동을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급격한 신종교 교세의 급증 사례다. 한국교회가 특히 경계하는 신천지예수교회는 자체 집계 결과 매년 2~3만명에 달하는 새 신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기성교회에 다녔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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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구 설치에 혈안된 보수 교계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비리·부패가 드러나고 교인들의 급감 추세를 보인 것은 최근 30여년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 시기는 부정부패 온상지로 비판을 받은 한국교회 보수연합기구의 생태와 함께 하는 기간이기도하다.

보수연합기구들은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교단들과 함께 개혁을 이뤄가기보다 자체 분열하기에 바빴다. 최근에는 궁여지책으로 또 다른 연합기구 설치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 시초는 1989년 5공화국 종교대책반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업고 탄생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한기총은 6년 전 이단논쟁과 금권선거 이후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주요 교단들이 대부분 떠나면서 군소교단 협의체로 전락했다. 한기총의 부패를 지적하며 떨어져 나온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다른 연합기구와 통합하며 지난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요 교단장들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부르짖다가 오히려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을 결성했고, 한교연과 통합해 또다른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탄생시켰다. 분열에 분열, ‘헤쳐 모여’ 현상으로 또 다른 연합기구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겉모양만 쪼개지고 다시 통합하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냉랭했다.

예장합동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일반국민 및 종교 및 기독교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교회와 종교를 신뢰하지 않았다. 또 국민 과반수가 넘는 65.3%가 향후 10년 이내에 다른 종교보다 개신교 신자들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 54.6%는 한국교회가 미래사회에서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고도 봤다. 10명 중 7명(68.4%)은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봤다.

◆“물질주의 빠져 세속화… 쇠퇴 가져와”

교회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신뢰도 하락 원인으로 신학이 아닌 정치적인 집단 이기주의와 돈, 교권다툼을 꼽고 있다.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는 예장합동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성장주의와 속도주의라는 시류에 편승해 복음의 본질과 애국애민하는 종교라는 초심을 잃어버렸다. 물질주의에 빠졌으며 세속화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땅에 떨어진 한국교회의 신뢰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리더십 부재 상태도 꼬집었다. 아울러 소 목사는 한국교회 신학의 현실에 대해 “원색적인 복음보다는 유사복음, 대채복음, 번영복음, 치유복음 등 변형된 복음이 강단에서 선포됐다”며 “이러한 결과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쇠퇴”라고 진단했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도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종교개혁 500주년과 관련한 한 포럼에서 “설교와 성경해석에도 ‘오직 성경으로만’의 (종교개혁의)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비록 중세시대 천주교의에서만큼 우의적 성경해석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한국교회에는 그와 못지않게 주관적이며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한 설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손 교수는 “지금은 교회에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권력도 생겼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도 교회에 들어온다”며 “지금 한국교회도 돈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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