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서운 사람’ 부정적 이미지
“짐승을 표현한 줄 알았다”
“중국동포에게 치명적 상처”

[천지일보=김빛이나·황시연 기자] “10여년간 자율방범대를 운영해왔고 자원봉사단도 꾸려서 거리를 청소하며 잘못된 인식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죠. 아침에 일찍 나와서 거리를 살폈고 저녁 늦게 나와서도 거리를 돌아봤어요.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구나….”

최근 ‘중국동포 비하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청년경찰’에 대해 중국동포인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이 밝힌 심경이다. 본지는 지난달 31일 영화 ‘청년경찰’의 배경장소이자 촬영장소가 됐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사무실을 찾아 중국동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지난 1996년 한국에 들어왔다. 작은 식당을 차리고 운영을 시작한 그는 중국동포임을 알아본 원래 살던 주민(원주민)들에게 식자재를 부당한 가격에 구입하는 등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김 이사장이 한국말이 서툴렀기에 금방 중국동포임을 알아본 원주민들은 그가 우리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대놓고 “중국인이니까 잘 모를 거야, 가격을 좀 올리자”라고 말하며 본래 값에 배나 높은 가격으로 식자재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에도 그는 한국에서 장사하는 것이 중국에서보단 자유롭다고 느껴졌고,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도 친절하게 대해줘 행정적인 문제에서만큼은 어려움 없이 수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점차 한국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자리를 잡아갔는데, 늘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수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조선족’ 그리고 ‘중국 동포’에 대한 한국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이미지였다.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동포한마음협회 고문인 이주헌씨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족’과 ‘중국동포’는 같은 인물을 호칭하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에 와서는 ‘중국동포’로 불린다. 국적은 다를지 몰라도 엄연히 한 핏줄이 흐르는 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중국동포로 통한다기보단 ‘조선족’이나 ‘중국인’으로 보이고 더 나아가 ‘더러운 사람’ ‘무서운 사람’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잘못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뜻있는 중국동포들과 함께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동포들과 함께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힘썼고, 자원봉사단을 꾸리고 거리를 청소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개선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같은 날 사무실에서 만난 박옥선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김 이사장과 같은 고민을 하는 중국동포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여성모임을 구성하고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사회의 왜곡된 인식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 박옥선 귀환중국동포권익증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사무실에서 중국동포들이 받은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 위원장은 모든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림동을 특색 있는 문화의 거리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중국동포들의 소망이자 바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 개봉으로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너무 과장됐다. 중국동포 40~50명이 한 집에서 옷도 다 입고 잠을 자고 있는 장면은 마치 짐승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며 “그 부분에서 화가 많이 났다. 이것은 우리 중국동포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를 보면서 한 번만이라도 중국동포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 아니냐’라고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영화에서 중국동포들에 대한 인권은 안중에 없었다. 중국동포를 비하하는 부분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 아파하고 울분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모임 회원의 사례를 들면서 “모 통신사에서 과장급 직책을 맡고 있는 회원이 있다. 하지만 그 직장 동료들은 아무도 그가 중국동포인지 모른다”며 “중국동포임을 밝혔을 때 받을 손해와 차별 때문에 계속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동포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놓고 봤을 때 ‘청년경찰’이라는 영화는 즉각 상영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영화도 잘못됐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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