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사실 새 정부는 작년 겨울 촛불 광장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광장을 가득 채웠지만,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의 결의로 모아졌습니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국민의 희망,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출발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때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새 정부는 한겨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군 촛불혁명의 결과물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촛불혁명, 또는 촛불민주주의를 언급하며 새 정부의 성격을 규정했다. 낡고 병든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의 물줄기를 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박성진,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할 때 그 첫 번째로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촛불민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왔던 수구 집권세력의 국정농단은 우리 사회 곳곳을 멍들게 했다. 소소한 문화사업부터 안보와 외교까지 상식이 뒤집히고 민주주의와 정의가 짓밟히기 일쑤였다. 최근 드러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범죄행각과 국정원 댓글부대의 죄상을 보면 정말 ‘이게 나라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혁명은 그런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거대한 함성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말들이 많다. 새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국가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일종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최근에야 알게 된 박성진 후보자의 자질을 보면 충격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한다. 중소벤처기업 발전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맡을 인물이 하필 ‘창조론’ 신봉자란 말인가. 종교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행정 영역에 있어서 이 무슨 언어도단이란 말인가. 게다가 공학자 신분으로 쏟아낸 현대정치사에 대한 무지와 왜곡은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이다. 1948년을 건국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궤변까지 내놓고 있다. 심지어 민주주의와 노동에 대한 인식은 국민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한겨울의 추위를 떨치고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을 때 박성진 후보자는 뉴라이트 경제학자를 대학으로 초청해 ‘이승만과 건국’을 칭송하는 특강까지 가졌다고 한다. 이런 인물을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촛불민심이란 말인가. 말문이 막히고 적잖은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청와대에는 인사수석도 있고 민정수석도 있다. 벌써부터 공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박성진 후보자보다 그를 추천하고 검증한 당사자들의 책임이 더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의 비극을 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청와대가 벌써부터 왜 이러는지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