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국가대표급 기량을 갖춘 골프 남녀 유망주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를 가졌다. 특별한 대회가 아닌 다소 이례적인 장소에서의 만남이었다. 지난달 29일 한국체대와 올림픽CC와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서였다. 한국체대 김성조 총장과 올림픽CC 이관식 회장은 이날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남녀 골프 선수들의 전용 실전골프장으로 올림픽CC를 무상이용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맺었다. 

이날 공식 행사 중에 사회자가 참석한 10여명의 선수들에게 “골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체대 간판 남녀선수인 왕정훈(2016 유럽피언투어 신인왕), 이정은(2016 KLPGA 신인왕) 두 명이 개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불참했지만, 참석한 대부분의 선수들도 국가대표, 또는 상비군의 실력을 갖춘 수준급의 아마골퍼들이다. 

전문적으로 골프 선수생활을 10년 이상 한 이들이 대부분이라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다. 주말골퍼나 평범한 동호인 수준과는 다른 대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차례로 돌아가며 간단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이들이 밝힌 대답의 요지는 대략 기능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기능적인 부분은 “3m 퍼팅을 잘해야 한다” “9번 아이언을 잘 구사해야 한다” “드라이버, 아이언 등 집중적으로 기술을 연마한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필자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심리적인 부분을 말하는 학생들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즐겨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며 마치 심리학자 수준의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리적인 상태를 중요하게 얘기하는 학생 골퍼들의 말을 들으면서 ‘멘탈골프’가 전문골퍼들에게 얼마나 긴요한지를 생각하게 됐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는 “경기의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20%의 기술과 80%의 정신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멘탈’을 빼놓고 골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골프는 결정적인 순간의 연속이며, 순간적인 상황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순간적인 상황에서 멘탈이 빛을 발할 때, 성공적인 골퍼가 탄생한다. 오래 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 지난해 리우올림픽서 박인비가 허리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불굴의 정신력 등을 떠올릴 수 있다.

10년 이상 골프 선수를 하는 전문골퍼들은 기술적으로는 대체적으로 완성단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듯 눈으로 볼 수 없는 정신력은 모두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정신력은 성실성과 집요함에서 나오는 것으로 쉽게 체득하기 힘든 재능이다. 정신력은 타고난 능력이라기보다는 뼈를 깎는 훈련과 목표에 대한 집착력을 배양해 나갈 때 획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 골퍼는 꾸준히 훈련에 매진하고 목표를 세워 착실히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해지는 모습은 근육이나 지구력을 키우는 것처럼 쉽게 볼 수는 없다. 정신력은 힘든 상황을 맞고, 이를 극복해 나가며 알게 모르게 몸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골프선수들은 많은 실전을 통해 실력을 쌓는다. 연습장 안에서 아무리 정교한 기량을 가다듬고, 많은 샷을 했더라도 변화무쌍한 필드에 나서면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샷이 잘 안된다고 실망하거나, 상대 선수가 잘 친다고 위축되면 필드에서는 스스로 ‘내부의 적’과 맞서야 한다. 자신의 안에 숨어있는 멘탈에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한 승부의 변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골프는 인생과 같다는 말이 있다. 골프를 통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골프가 사랑을 받는 것은 홀로 운동을 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 자기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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