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라인과 잇따라 회동할 듯

(베이징=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밤 전용기편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도착해 공식방문 일정에 들어간 가운데 미.중 간 천안함 침몰사건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방중한 클린턴 장관은 22일 상하이 엑스포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향한다. 클린턴 장관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이틀 동안 중국 수뇌부를 예방하고 외교안보라인과 잇따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중 양국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클린턴 장관은 방중 직전 방일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천안함 공격 행위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 지역적(regional)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적(international) 대응이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면서 대북 제재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중국과도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제재의 여론조성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은 카운터 파트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에게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행정부는 구체적인 대북제재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으나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의도를 확인한 후 입장을 공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방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도발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사회는 한국에 대한 공격 행위에 대답하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안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천안함 사건을 안보리에 회부한다고 해도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대한 물리적 대응은 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외교적 응징수단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냉정과 절제를 요구하면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 정부가 민.군 합동조사단을 통해 지난 20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같은 날 오후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각국은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유관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중국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제공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후 입장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측은 남북한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만큼 제대로 따져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신중론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천안함 조사결과와 관련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한 북한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포함한 합동조사를 제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내 여론은 북한을 지목한 국제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에도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한' 증거는 없는 것 같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당일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날조극'이라며 검열단 파견을 통보한 데 이어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제재가 실행되면 남북관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미국의 대북제재 지지 입장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대응 강도를 높여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나서 전방위적으로 대북제재를 압박할 경우 중국이 큰 부담을 느껴 입장변화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모든 증거가 북한의 도발을 의미한다면 중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으로선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고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부과하려고 (한국의) 조사결과를 검토한다면 내 생각에 중국도 지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안보리에서 적극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제재의 수준을 낮추는 데 주력하거나 기권하는 방법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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