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려' 불구 후텐마로 벌어진 '거리' 재확인

(도쿄=연합뉴스) 오키나와(沖繩)현의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형성된 미국과 일본의 냉기류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일에서 다시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22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에서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포함해 6일간 머물 예정이지만 일본에서는 겨우 4시간 체재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의 4시간 일본 체재는 워싱턴에서 타고온 특별기의 급유시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어떻게 보느냐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장관은 일본에 잠시 머물면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20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 1시간 정도 회담했다.

클린턴 장관은 오카다 외상과의 기자회견에서 거듭 미일 동맹과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는 일본을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연출일 뿐 후텐마 문제에서 불거진 '거리'는 여전한 좁혀지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서는 후텐마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방일 목적은 후텐마가 아니라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킨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공동 전선 구축 차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클린턴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일은 한국 초계함 침몰 사건 해결에 일본측이 협력할 결의가 있는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하토야마 총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의식해 한국.미국과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카다 외상은 천안함 문제와 관련 한국 미국과 같은 입장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공동 보조를 취하겠다고 약속해 클린턴 장관을 안심시켰다.

후텐마 문제에 대해 클린턴 장관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기한(5월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하토야마 정부가 입장을 선회해 기존 미일 합의안에 근접한 안을 내놓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밖 이전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해당 지역주민과 미국의 반발로 여의치않자 최근 입장을 바꿔 미일이 기존에 합의한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되 훈련의 일부만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쿠노시마(德之島)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내주 중 공동성명 형식으로 후텐마 이전 문제의 해결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갈등 봉합에 나서면서, 한국과 함께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향후 진행될 후텐마 이전문제 해결을 위한 세부 협상과 천안함 문제에 대한 공조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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