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최인기씨의 배우자 곽혜숙씨가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배상 소송 대리인단과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가족 “결국 국가가 죽인 것”
“근로 강요, 복지제도의 모순”

[천지일보=임혜지 인턴기자] “일하다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왔어요. 일하라고…. 국가에서 도와준 것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은 국가가 죽인 것 아닙니까?”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故최인기씨 사망 사건 국가배상 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고(故) 최인기씨의 배우자 곽혜숙씨는 울분을 터뜨리며 이같이 말했다.

민변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심장 대동맥류와 기형으로 인한 인공혈관 치환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생계가 중단되자 2005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3년 11월 국민연금공단의 근로능력평가로 갑작스럽게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았고 ‘조건부수급자’가 됐다. 몸이 안 좋고 일을 하면 건강이 나빠질 것이 우려된다는 점을 호소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고용센터에서 운영하는 취업 지원 사업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급여를 빼앗긴다는 말에 지난 2014년 1월 교육훈련을 받았고 그 해 2월 거주지 인근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청소부로 취업했다. 같은 해 5월 일하던 중 쓰러진 그는 결국 이식받은 혈관을 비롯해 복부 전체에 감염이 퍼져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민변은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오히려 힘없는 사람들이 밀려나고 있다”며 “근로활동을 강요하는 복지제도의 모순으로 인한 최씨의 죽음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가배상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수원시는 자의적이고 형식적인 평가로 근로능력이 없는 최씨를 무리한 취업으로 내몰아 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는 조건부 수급자의 조건을 제시함에 있어 개인의 건강상태, 나이, 근로 활동 여부와 기간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한 사람을 사회 밖으로 방출시키는 제도”라며 “근로능력평가제도를 없애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재편성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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