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관동대지진 미공개 사진] “학살 입증 근거 있음에도 기억조차 않는 우리정부”

1세기 가기 전 규명해야 할 사건
95주기 즈음해 상기 목적 공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본지가 단독 공개하는 5점의 사진은 폐허가 된 도쿄와 요코하마 시가지 모습, 도쿄 내 처참하게 부서진 미국 대사관의 모습,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자경단의 모습, 그리고 요시하라공원에서 시신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 중요한 사진이 바로 도쿄 요시하라공원에서 멀리 자경단들이 모여 있고 시신들을 진열하듯 옮겨놓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일단 사진 자체로만 봐도 끔찍하고 참혹함을 감출 수 없는 사진이다. 대부분이 여성들의 시신인데 하의가 벗겨 있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등 민망스럽게 시신을 방치해놨다.

정성길 명예박물관장에 따르면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유사한 장면의 여러 컷이 있다. 정 관장은 지난 2013년 초 일본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고교 역사 교과서에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표현을 삭제하기로 하자, 2점의 학살사진을 공개하며 반박한 바 있다.

당시 공개한 사진 1점이 바로 위 사진과 비슷한 장면의 사진이었다. 정 관장이 당시 사진을 공개하자 일본 학계에서는 이 사진에 대해 관동대지진 때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반박을 펼쳤고, ‘죽은 여성은 지진으로 희생된 창녀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다’ ‘어떻게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알 수 있느냐’는 등의 맹공을 펼쳤다.

우선 당시 공개됐던 사진은 시신이 한 곳에 30여구가 집중돼 더는 없는 것처럼 보이기에 일본 학계는 관동대지진으로 죽은 시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시신을 연못에서부터 끌고 온 흔적과 시신이 더 추가로 보이고 있다. 정 관장이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요시하라공원 연못에 많은 시신이 빠져 넘쳐 있는 사진도 있어 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공원에서의 사진은 외국인이 여러 각도에서 앵글을 달리해서 6장의 사진을 남겼던 것이라고 정 관장은 설명했다.

그 다음 문제는 이 시신들이 조선인인지, 또 살해된 것인지, 지진으로 희생당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일본학계의 반박이다. 이에 대해 정 관장은 법의학적 측면과 일본 장례문화를 들어 명쾌하게 반박했다. 먼저 일본인이 아니라는 설명은 간단하다. 일본인이라면 이처럼 시신을 아무렇게나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 정 관장은 “일본은 개가 죽어도 비석을 세울 정도로 장례를 중시한다. 자기 나라 사람이면 죽은 사람의 시신을 하의를 벗긴 채로 놔뒀겠느냐”며 반문했다.

그 다음은 시신이 지진으로 인해 희생당한 것이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은 법의학적인 측면에서 반박할 수 있다. 정 관장은 “여성시신의 국부를 보면 부풀려 있는데, 이는 분명 살아있을 때 찔렀다는 증거다. 왜냐하면 죽은 시신은 아무리 찔러도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며 의사출신답게 법의학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이같이 여성만 골라 하의를 벗기고 사람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욕을 보인 것은 학살을 능가하는 만행의 극치”라고 분개했다.

아울러 정 관장은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해 관동대지진 때 희생된 사람에 대해 보상을 마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입증할 수 있는 근거와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기억조차 하지 않는 수치스러움에 화가 난다”고 한탄했다.

또한 “일제시대 때 돈 없고 나라 잃은 설움 속에 강제로 혹은 돈을 벌겠다고 일본으로 갔다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지진으로 인해 혼비백산하다 자경단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선조들이다”며 “국가가 이들의 인권을 찾아주지 못한다면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지금의 세대를 얼마나 원망하겠는가”라고 거듭 개탄했다.

덧붙여 그는 “일본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가다.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어 얄밉지만, 그런 일본 정부보다도 못한 우리 정부라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역사는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정부를 향해 재차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성길 관장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전 세계를 돌며 약 7만장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모았다. 그중 관동대지진 학살사건에 대해 규명하기 위해 30년간의 세월을 투자했고, 여생동안 이것만큼은 한 세기(100년)가 가기 전에 꼭 결실을 맺으려고 하고 있다.

그는 2500장의 관동대지진 관련 사진 중 460장 정도를 선별해 책으로 엮어 곧 세간에 공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현재 1차 편집을 완료한 상태다. 그 가운데 일부 사진을 본지에서 먼저 공개함으로써 살짝 엿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