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우리 속담 가운데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稻熟低頭)’라는 말이 있다. 교양과 수양을 많이 쌓을수록 남 앞에서 겸손하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지 않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리더 가운데는 아직도 지위, 권력 등에 지나치게 심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거만함, 과시욕밖에 없다. 리더는 만인으로부터 존경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존경보다는 오히려 반감(反感)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안타까운 현상이다.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정능력을 갖춘 냉철함이 필요하다 하겠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원리를 보자. 벼는 익으면 벼 이삭이 무거워진다. 왜냐하면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벼 이삭이 자라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 단계부터 벼가 고개를 숙인다. 이렇듯 사람도 속이 꽉 찬 사람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며 겸손하다. 만일 ‘벼’가 익지 않고 속이 텅 빈 상태로 있다면 어떨까. ‘벼’로서의 가치를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벼가 익는다’라는 말에서 보듯,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격적 수양, 지식과 덕망을 쌓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벼의 성장 과정에서처럼 겸손은 자존감을 단단하게 한다. 또 이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가름 하는 잣대가 된다. 과거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 주위엔 겸손하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많다. 왜 그런가,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남 앞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이 깊지 않은 소치라 하겠다.

겸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를 보자. 20세기 중반 미국의 ‘해럴드 제닌(Harold Geneen)’은 위대한 경영자로 대기업의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약 350개의 기업을 인수합병 했으며 58분기 내내 연속적으로 수익을 증가시킨 회사로 키울 만큼 그의 경영 능력은 대단했다. 그럼에도 그가 회사 임원들에게 한 경고 내용을 보면 ‘최악의 병은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 자기중심주의에 있다’라고 역설했다. 성공으로 가는 데 최악의 장애물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지나친 자의식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아무리 특정 분야에 해박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통제하기 힘든 자기중심주의가 깔려 있다면 일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기중심주의야말로 자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각의 이상현상을 낳게 하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자신밖에 모르는데 인심을 얻을 리 또한 만무하다.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만고불변의 법칙이란 없다. 늘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갈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점을 알면서도 착각에 사로잡힌다. 또 그러한 착각 때문에 간혹 ‘갑질’까지 하지 않은가.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며 이기심을 동반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지나친 욕구를 다스리고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듯 우리는 늘 학습한다는 학습자로서의 사고방식을 갖고 겸손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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