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 발병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이모씨(33)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입사 전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는 이씨가 근무 도중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38세)보다 훨씬 이른 만 21세 무렵에 다발성경화증이 발병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발병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거론된다”며 “이러한 사정이 다수 중첩될 경우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삼성이 ‘업무상 비밀’이라며 유해 화학물질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점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봤다.

이씨는 2002년 11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패널화질검사 업무를 담당했으며, 2007년 퇴사한 이후 2008년 6월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10년 7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2011년 2월 신청을 불승인했다.

공단 측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 다발성 경화증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외상, 자가면역감소 및 원인 불명으로 알려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업무나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발병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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