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보고서. ⓒ천지일보(뉴스천지)

“연인을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 데이트 폭력의 주된 원인”
여성 10명 중 6명 피해 경험 있어… ‘통제 피해’ 경험 가장 많아
여가부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 운영… 카카오톡 상담 채널 신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약수동의 한 도로에서 만취한 A(22, 남)씨가 자신의 연인인 B(22, 여)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폭력을 행사했다. 놀란 시민들이 B씨를 대피시키자 A씨는 격분해 이성을 잃고 도망가는 시민에게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A씨의 행동으로 도로 펜스가 훼손되고 일대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또 여자친구 B씨는 치아 6개가 부러지고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범행 후 달아났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인 간 폭력사건으로 지난해 8367명(449명 구속)이 입건됐다. 연인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에 이르고 연간 46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희생됐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의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강력 범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초기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여성폭력 근절 100일 계획의 주요 내용 중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데이트 폭력’의 시작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된다. 피해자는 이것이 폭력이라고 인지하지만, 자신을 향한 관심의 표현이고 과한 애정 때문이라는 생각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대처하지 못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은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신체·정신·언어적 폭력 등으로 교제 중인 연인뿐 아니라 결별 후 일어나는 범죄 등도 포함된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여성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범률과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범죄임에도 피해 신고나 도움 요청에는 소극적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보고서(성인 여성 1017명 대상)의 자료를 보면 성인 여성 10명 중 6명은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중복응답)을 살펴보면 ‘통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62.6%(637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성적 피해’ 48.8%(496명), ‘언어·정서·경제적 피해’ 45.9%(467명), ‘신체적 피해’ 18.5%(188명) 순이었다.

정부는 여성들의 피해가 늘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피해 여성에 대해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가정폭력·성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신고센터’를 새롭게 확대·개편한 것으로 카카오톡 상담 채널을 신설해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과 비슷한 면이 있다.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지만 폭력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연인을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 데이트 폭력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처장은 “데이트 폭력 신고를 했을 때 사법적으로 잘 처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피해자에게 위험으로부터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신뢰가 생기고 피해자의 신고 의지와 신고율 등을 높이는 것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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