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짐작한 대로 3월 26일에 일어난 천안함 사태의 연출자는 역시 북한으로 판명이 났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발견된 어뢰 스크류가 스모킹 건(Smoking GUN: 결정적인 물증)이 돼주었다. 국제합동조사단이 확인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도발의 증거다. 그래도 저들이 천안함 사태가 남한의 자작극이니 뭐니 하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을까. 그래도 중국은 여전히 조사결과에 시큰둥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기다려왔다. 조사기간 동안 터질 것 같은 분노와 슬픔을 억눌러 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말 할 것이 없다. 저들이 민족 앞에 정중히 뉘우치고 사과하며 재발을 약속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응분의 배상과 보상을 하지 않는 한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다시는 도발할 엄두도 못 내게 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미동맹의 강화조치와 아울러 저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대규모 실전적인 연합훈련이 있어야 한다. 잠수함 전력과 잠수함 탐지 전력을 비롯한 저들의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신속하게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수세적인 방어 전력과 전략을 공세적이고 억지적인 방어 전력과 전략으로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 무역 금융 제재로 김정일 정권의 수중에 현찰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제주 해협의 선박통행도 막아야 한다. 현실성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속 시원한 보복타격도 당연히 검토돼야 한다. 이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우리는 우선순위와 완급을 가릴 것은 가리고 슬기로운 선택을 하되 일단 방법이 정해지면 엄중하고 단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민관군(民官軍)이 하나가 되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여야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 세계 주요 평화 애호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들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도 내지 못 하도록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60년 전 남침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저들의 못된 버릇을 이번에 확실하게 고쳐 놓아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럴 만한 역량이 우리에게는 있다. 더욱이 어려울 때 뭉치는 위대한 국민성이 있다. 위기에 뭉치고 하나 되는 위대한 국민성, 그것은 우리의 최고의 안보자산이다. 그것이 제 값을 발휘할 때가 왔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을 수호하고 국민의 존엄한 생명과 재산,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다. 우리의 힘과 의지로 견고한 평화를 일구어내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습관적인 도발자, 뉘우침 없는 도발자를 엄중하고 단호하게 문책해야 한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힘이며 국민의 단합된 의지다. 힘으로 못 지키는 평화는 굴종(屈從)이 강요되는 사이비 평화다. 46명의 우리 해군 장병들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가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값비싼 교훈이다.

국민이 분연히 일어나 이 나라가 강력한 자위역량을 갖춘 위대한 국민과 국격(國格)의 나라,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당당한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소행자가 누군지 밝혀졌는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있는가. 어떻게 이런 일이 또 일어나게 놓아둘 수 있는가. 지금은 대북 유화론이나 대화론을 들먹일 때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얻어맞은 쪽이 반성도 없고 사과도 없으며 오리발을 내밀고 도리어 협박을 하고 있는 가해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비굴함의 극치다.

우연하게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다. 정부가 안보문제로 이른바 ‘북풍(北風)’을 선거에 이용하려한다고 야당이 걱정하고 있다. 야당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정부도 야댱의 우려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안보는 우리의 최고의 가치다. 안보 앞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가치의 비중이 서로 다를 수도 없다. 안보는 여야 존립의 공통기반이며 공유하고 한목소리로 지켜내야 할 지고(至高)의 가치다. 야당이 운(運)이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지나치게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내는 것은 호소력이 떨어진다.

정부 여당이 일부러 북풍을 일으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천안함 사태를 정부 여당이 선거에 맞추어 조작했단 말인가. 그게 아닌 이상 야당도 안보의 가치에 관한 한 한목소리로 공유하면서 생산적인 정책대결을 벌어야 좋은 모습이 될 것 같다. 소행자가 밝혀졌으면 규탄의 칼날은 마땅히 소행자를 먼저 겨누어야 한다. 그 칼 끝을 정부의 안보 무능론, 안보의 책임론 등으로 우리 내부로 먼저 들이대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어떤 사람은 북한과의 대화론을 들고 나왔는데 이것도 지금 당장은 합당하지 않은 소리다. 그렇게 해야 할 때는 따로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언론은 일각에서 석연치 않게 제기된 천안함 좌초설에 매달려 집요하게 이를 보도하고 부각시켰다. 이것도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 공정보도, 사실보도, 확인보도의 태도는 아니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간다. 모두 비상한 결의로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자해(自害)의 모습, 내홍(內訌)의 모습, 유약한 모습은 던져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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