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은 도시의 경계이면서, 도성민의 삶을 지켜온 울타리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도성의 기능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양도성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발굴과 복원과정을 거치면서 잃었던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양도성 전 구간인 18.6㎞를 직접 걸으며 역사적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자 한다.

 

▲ 한양도성에 안겨 있는 도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을 거닐었다. 인왕산 구간은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넘어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인왕산(333.9m)은 산기슭에 인왕사라는 사찰이 있어 유래된 이름으로 조선 초에는 서산(西山)이라고도 불렸다. 서울의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한다. 거대한 바위들이 노출돼 있는 바위산으로 치마바위, 선바위, 기차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1968년 1.21사태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가 1993년 개방됐다.

▲ 돈의문 터 ⓒ천지일보(뉴스천지)

◆돈의문 터와 경교장

인왕산 구간의 시작점인 돈의문터. 돈의문은 사직터널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태조 때 처음 세워졌다. 처음 세워진 돈의문은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고 하여 1413년에 폐쇄됐다. 대신 남쪽에 서전문(경희궁서쪽언덕으로 추정)을 열었다.

이후 1422년에 도성을 대대적으로 고쳐 쌓으면서 서전문을 닫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문을 세웠다. 이때 건립된 돈의문은 새문, 또는 신문으로 불렀고 길의 이름도 신문로가 됐다. 이후 돈의문은 500년 넘게 원형을 유지해 오다가 1915년 전차 노선이 복선화되면서 훼철돼 거축자재로 매각됐다.

돈의문 터 옆에는 강북삼성병원이 있고, 그 안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인 ‘서울 경교장’이 있다. 겉으로 봐서는 이곳에 경교장이 있다는 게 쉽게 보이지 않지만, 몇 걸음 걸어 병원 방향으로 들어가면,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된 경교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의 숙소이자, 환국 후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다.

▲ 경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제강점기 부호 최창학의 주택으로, 김구는 1945년 11월 23일 환국해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의 저격을 받아 서거할 때까지 3년 7개월 동안 머문 곳이다. 경교장 명칭은 서대문 부근에 있던 경교라는 다리에서 따온 것이다.

경교장에서 임시 정부 요인들이 모여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또 반탁운동과 남북협상을 주도하는 등 해방 후 혼란정국을 수습했다. 백범 서거 후 외국 대사관저, 미군 시설, 병원으로 사용됐다. 2005년 사적 제465호로 지정됐으며, 1, 2층과 지하를 원형대로 복원해 2013년 3월 2일 전시관으로 개관했다.

▲ 월암근린공원 ⓒ천지일보(뉴스천지)

◆도심 속 조성된 ‘월암근린공원’

경교장에서 나와 서울시교육청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이곳 주변은 무엇을 짓기 위함인지, 개발이 한창이어서 옛 도성길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는데, 이곳에서부터 성벽을 볼 수 있었다. 눈에 들어온 한양도성 인왕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 그제야 코스를 제대로 찾아왔다는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언덕을 오르니 ‘월암근린공원’이 나왔다. 원래 이 지역은 훼철된 자리에 민가가 형성돼 한양도성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이후 서울시가 민가를 철거하고 다시 도성을 복원했다.

월암근린공원은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의 봄’ ‘봉숭아’ 등의 악보가 기록된 표석이 있었다. 도심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잠시나마 낭만을 주기 위한 작은 배려인 듯했다. 저 멀리 인왕산도 보였다.

월암근린공원에서 나오면 화살표를 따라 주택가 사이로 빠져나가야 한다. 잘못하면 헤매기에 십상이다. 그렇게 길을 걸으면 ‘인왕산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왕산 전체를 보여주는 표지판을 통해 코스도 확인할 수 있다. 약 2시간 소요되는 인왕산 성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암문 하나가 등장했다.

▲ 인왕산 입구 표지판 ⓒ천지일보(뉴스천지)

암문으로 도성 안과 밖이 연결돼 주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했다. 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성벽. 가만히 보면 촘촘히 쌓인 하얀 성벽 아래로 노란빛의 돌들이 보인다.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성벽. 육안으로 봐도 수백년전 쌓인 성벽이었다. 색 바랜 돌인데도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십여 분을 걸으니, 푸르른 하늘 아래 도심을 안고 있는 길게 연결된 성벽이 훤히 보였다. 수백년 전에도 성벽은 한양 마을을 이렇게 보호했나 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한양도성 순성길. 그것이 한양도성을 걷는 묘미인 듯했다. 

▲ 한양도성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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