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연계해 속이 꽉 찬 음(陰)의 장기인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속이 빈 양(陽)의 장기(위, 담, 소장, 대장, 방광, 삼초)로 구분이 된다. 그리고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간장은 담, 심장은 소장, 비장은 위, 폐장은 대장, 신장은 방광과 음과 양으로 연계돼 조화를 이루며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칼럼에서는 ‘오장육부 상식 : 오장의 이야기’(천지일보 오피니언, 8월 13일 게재)에 이어 육부의 특징과 주요 기능에 대해 알아본다.

육부의 중심이 되는 기관은 소화과정이 이루어지는 소화관이다. 입에서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의 길이는 약 8m 정도로 이층집의 높이와 맞먹는 길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입에서 침에 섞여 이빨에 의해 잘게 부셔져 식도를 통해 위로 운반된다. 밥통으로 불리는 위(胃)에서 위액과 섞인 음식물은 위벽 근육의 수축 작용으로 죽 모양의 유미즙 상태가 되어 샘창자라고도 부르는 십이지장(十二指腸)을 거쳐 작은창자로 이동한다. 위에서는 섭취한 음식물을 잘게 부숴주는 기계적 소화작용과 함께 소화효소인 펩신이 분비돼 섭취한 단백질 중 일부가 분해되며, 위산이 분비돼 살균작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쓸개라고 부르는 담(膽)은 간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길이가 약 7~10㎝ 정도 되는 주머니 모양(담낭)의 기관이다. 위의 수축작용으로 생기는 기계적 자극으로 간에서 분비되는 답즙(쓸개즙)은 담낭에 저장됐다가 소장으로 분비돼 지방의 소화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도와준다.

담은 한의학에서 용기와 관련된 장기로 지칭되고 있다. 담이 크다는 ‘대담(大膽)하다’는 말은 담력이 크고 용감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쓸개가 빠졌다’라는 말은 비겁하고 줏대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담이 약해지면 황달이 나타나고, 입맛이 쓰고 옆구리가 저리는 현상이 나타나며, 겁이 많아져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위에서 1차 소화가 이루어진 후 작은창자인 소장(小腸)으로 넘어온 소화산물은 장시간 소장에 머물며 2차 소화작용을 통해 당, 아미노산, 지방 입자로 분해돼 혈관으로 들어가 혈액을 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이 된다. 소장의 벽에는 많은 융털돌기들에 의해 표면적을 넓혀져 있어 소화된 양분의 흡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소장에서 흡수되고 남은 소화산물은 큰창자로 불리는 대장(大腸)으로 이동한다. 대장의 역할은 작은창자로부터 운반된 내용물 중 일부 수분은 다시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대변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육부의 다른 주요 기능은 배설이다. 오줌통이라고도 부르는 방광(膀胱)은 주머니 모양의 기관으로 남성은 곧은창자라고 부르는 직장(直腸)의 앞쪽에, 여성은 자궁과 질의 위쪽 앞에 위치해 있다. 오줌통의 용량은 성인 남성 경우 약 600㎖로 최대용량은 약 800㎖이며, 여성은 남성의 5/6 정도가 된다. 방광의 주요 기능은 오장인 신장에서 방출된 오줌을 저장했다가 배설하는 것이다.

상초, 중초, 하초로 구분되는 삼초(三焦)는 해부학상의 기관이 아니라 오장과 육부가 놓여있는 부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횡격막 위쪽의 가슴 부위를 지칭하는 상초(上焦)에는 혈액을 통해 양분과 산소를 온몸으로 보내 피부, 근육, 골격 등의 활동을 유지해주는 오장인 심장과 폐가 위치해 있다. 횡격막과 배꼽 사이의 복부를 지칭하는 중초(中焦)에는 오장인 비장과 간장 그리고 육부에 속하는 위장이 놓여있으며, 음식물의 소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배꼽 아래의 하복부를 지칭하는 하초(下焦)에는 오장에 속하는 신장과 육부에 속하는 소장, 대장 및 방광이 위치하고 있어 양분의 흡수와 배설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유럽 속담에서처럼 자기 몸의 구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영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 없다. 요가 경전인 ‘우파니샤드’에서는 우리 몸을 영혼이 머무르는 집에 비유해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듯이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수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상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오장과 육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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