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우리는 어떤 대법원장을 기대하는가-양승태 대법원 평가와 차기 대법원 과제 모색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차기 대법원 과제 모색 좌담
“옳은 재판 받을 권리 침해”
판사, 업무 과중에 ‘과로사’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 내정과 더불어 법원 개혁에 대한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판사들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사 출신인 오지원 변호사는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우리는 어떤 대법원장을 기대하는가-양승태 대법원 평가와 차기 대법원 과제 모색 좌담회’에서 “‘양승태 체제’에서 가속화된 부분이 있지만 한 명의 판사가 처리해야할 사건이 너무나도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법원장이 판사에 대해 평가할 때 어떤 재판을 했느냐가 아닌 얼마나 재판을 많이 했는지에 대한 통계로 평가한다”며 “통계로 판사를 평가하는 것은 재판을 공허하게 만들고 판사들이 재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판사들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충분히 고민하면서 재판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며 “고민을 못하다보니 당사자들의 억울함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만 재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오지원 변호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우리는 어떤 대법원장을 기대하는가-양승태 대법원 평가와 차기 대법원 과제 모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판사 출신인 윤나리 변호사도 “판사가 새로운 법리를 만들고 재판에 대해 새 각도로 보자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대법원장은 판사 1인당 적정 업무 환경이 조성되도록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법관들을 2배 내지는 3배로 늘리는 것”이라며 “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가는 것은 판사 개인의 업무 과중에서 더 나아가 국민의 올바른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서는 법원 시스템 개선에 있어 내부적으로 지나친 서열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오 변호사는 “판사 개개인을 보면 훌륭한 면모가 있지만 법원 전체적으로는 내부의 서열문화와 관료화가 너무 심하다보니 문제가 많다”며 “판사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잘못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 그 글을 올린 판사에게 바로 연락이 가고 제재가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도 “판사에 대한 평가 중 하나가 ‘누구는 인품도 실력도 다 좋은데 댓글만 안 적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댓글 자제해야겠다’라는 말”이라며 “법원 내부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확인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윤나리 변호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우리는 어떤 대법원장을 기대하는가-양승태 대법원 평가와 차기 대법원 과제 모색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제왕적’ 대법원장의 문제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법원 내부의 소통은 꽉 막힌 상태에서도 행사를 많이 열어 시민들과 함께했고 모든 판사들에게 강의 프로그램을 하라고 했다.

좋은 면도 있었지만 판사들이 과중 업무에 시달리는데 판사들과의 소통 없이 온갖 행사가 만들어졌고 판사들은 거기에 동원되다보니 판결해야 할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윤 변호사는 “함께 임관했던 판사가 과로사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재판업무에 추가의무로 법원 일까지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죽기 전 업무 과중으로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이 왔다. 하지만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 급한 것 마무리하고 가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결국 2주 뒤 긴급 병가를 낼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고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다.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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