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언제부터인가 기독교 신자들이 청와대나 국회, 대기업 주요 요직을 차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한국교회의 부흥과 더불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그만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기독교의 매우 긍정적인 면이라 평가할 수 있어요.”

이는 교세로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 자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이 최근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한국교회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포럼’에 초청된 발제자 중 A목사가 내뱉은 발언이다. A목사는 한국교회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어딜 가든 존경을 받고 있다. 교계 유력인물인 그의 발언이 갖는 의미도 상당하다.

A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정교유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게 했다. 물론 종교를 가진 신도가 사회 요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신도가 자신의 요직을 이용해 어떠한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러한 영향력을 선하다는 일방적인 평가로 단정할 수 있을까. A목사는 한국교회의 ‘매우’ 긍정적인 면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단언하며 기독교인의 요직 차지를 장려하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독재 군부를 찬양한 대통령국가조찬기도회나 금권선거로 한국교회를 오염시킨 한기총은 정교유착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또 다종교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재계 인사가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 종교활동을 하는 것은 항상 종교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공직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종교차별예방교육까지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에서 A목사의 이 같은 발언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목사는 또 지난 2015년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를 인용해 “기독교인이 여타종교를 제치고 제1종교가 됐고, 이에 따라 사회의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에 불리하게 작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사회는 교회와 목회자에 대해서 무조건 비난하고 공격하고 조소하고 거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교세로 얻은 제1종교라는 타이틀을 반기면서도,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어쩐지 불편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온갖 범죄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목회자들이 속출하는 교계의 현 상황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비난·공격·조소·거부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A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와 속도주의라는 시류에 편승해 복음의 본질과 애국애민하는 종교라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물질주의에 빠져 세속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한국교회 지도자인 목회자들은 성장주의와 속도주의, 물질주의와 세속화를 가속화한 정·재계와의 유착을 경계하는 게 부패를 막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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