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제나라의 재상이 된 복식이 무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폐하의 근심은 신하의 치욕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번 남월과의 전쟁에는 아들과 함께 제나라 수군을 이끌고 목숨을 바치고자 하옵니다.”

무제는 조서를 통해 말했다.

“복식은 목축과 농사에 종사하고 있을 때에도 사재를 털어 나라의 재정을 도왔다. 지금 천하가 위급할 때 부자가 함께 목숨을 던지려 하고 있다. 싸움터에 나갈 것까지는 없다. 그는 참다운 충성의 선비로다.”

그리하여 그에게 관내후의 작위(제후에 준하는 명예작위)와 금 60근, 농지 10경을 주고 그 충성을 천하에 포고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스스로 나서서 솔선하는 자가 없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제후들도 솔선해서 종군하는 자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사 때 제후로부터 받는 금의 무게를 조사해 보니 규정을 속인 것이 발각돼 신분을 빼앗긴 제후가 백여명에 달했다.

무제는 복식을 어사대부에 임명했다.

복식은 조정의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다음과 같은 일들을 깨달았다.

“각 지방의 행정관은 거의가 전매제도에 대해 비판적이다. 나라에서 만드는 철기는 질이 나쁜데도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강제로 떠맡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박에도 재산세가 붙기 때문에 수송사업에 손을 대는 자가 없어 유통이 원활이 되지 않아 물가가 뛰는 원인이 됐다.”

복식은 대사농 공근을 통해서 선세(배의 세금)의 개혁을 건의했다.

이것이 말썽이 되자 무제는 복식을 꺼리게 됐다.

원봉 원년(기원전 110) 복식은 태자 태부(황태자 교육담당)로 좌천됐다.

상홍양이 대사농이 되자 공근의 뒤를 이어 전매 사업의 모든 권한을 손에 넣었다. 그는 모든 관청이 앞을 다투어 물자를 사들이기 때문에 물가는 올라가고 또한 전국에서 거두어 들이는 조세 물자의 수송 경비가 현물 가격을 웃도는 경우가 있다 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대농에 수십의 지방국을 설치하고 각각 그 관할 아래에 있는 현에는 균수관과 염철관을 상주시킵니다. 그리고 조세 대신 지방의 특산물을 공출시켜 비싸게 팔리는 지역으로 옮겨 판매합니다. 또한 수도에는 평준국을 설치해서 전국의 물자를 모아 수레나 기구의 제조 사업을 경영토록 합니다. 모든 관청의 물품 공급은 대농을 통해서 행하며 대농은 전국의 물자를 독점 관리해서 값이 오를 기미가 보일 때는 팔고 값이 내림세를 보일 때는 매점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거상들도 이윤을 독점할 수가 없고 물가는 균형을 유지하며 값이 뛰는 현상도 없어질 것입니다. 평준이라는 말은 물가를 조작해서 안정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무제는 상홍양의 건의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겼다.

무제는 북쪽에 있는 삭방군으로 거둥하여 군사 연습을 사열한 뒤 군을 철수시켜 드디어 동쪽의 태산에서 봉선의 의식을 행했다.

그 뒤 봉래의 신선을 만나려고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고 북쪽으로 길을 잡아 수도로 향했다. 그동안 지나가는 고장마다 하사한 비단이 백여만필에 달했고 금전은 거액에 이르렀다. 이들 비용은 모두 대농에서 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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