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종교인 과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연내 준비부족 문제들 해결되면 내년 시행 좋다”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비판 여론에 한발 물러서
기재부, 내년 시행 철저히 준비 “종교인들과 소통”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부작용을 막기 위한 준비가 된다면 내년부터 바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과세 시행에 조건을 달았다.

김 의원은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와 사찰을 세무조사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종교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금지해야 한다’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과세에는 ‘치외법권’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인 과세 시행에 조건을 단다는 것은 ‘거부’라는 또 다른 표현으로 비췰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와 자유한국당 안상수,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등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소득 과세 유예 법안 발의 취지는 과세 당국의 철저한 준비를 통한 조세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달 초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25명 의원이 발의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준비(사항) 부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할 것일 뿐 준비만 된다면 종교인 과세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점검과 논의를 거치도록 해 향후 발생할 조세 마찰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서 말한 준비사항은 종교단체별로 다양한 소득원천과 비용인정 범위, 징수방법 등 상세한 기준 마련이다. 이는 개신교 보수 성향의 연합기관들이 종교인 과세 대응팀으로 결성한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교회 TF는 기재부 및 국세청 관계자들에게 종교인 과세에 대한 규정(시행령, 시행규칙) 미비, 과세당국의 소통 및 준비 부족, 종교인 과세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종교인은 세무조사 금지” 주장… 국민 생각은

특히 눈에 띄게 강조한 부분은 종교시설에 대한 탈세 제보가 있더라도 세무조사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금지’를 국세청 훈령에 명시하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교회 장로인 김 의원은 “세무공무원이 절이나 교회나 성당에 세무조사를 나가서 장부를 확인하고 성직자들을 상대로 문답 조서를 받고,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교회나 사찰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종교인과 종교계에 큰 충격을 안기고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탈루 혐의가 있으면 교단 차원에서 알아서 자진신고를 유도하도록 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인 또는 단체가 성실히 납세하는지를 파악하는 세무조사를 피하는 것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는 납세의 의무를 저버린다는 비판과 함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종교·시민단체들은 세무조사를 통해 종교계 자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교회의 재정 투명성을 통한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또한 “자칫 이단세력이 종단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흠집 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개신교계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종교인 소득과 관련 다른 소득과 공평하게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언론이나 SNS 등에서 종교인들의 선의를 곡해하고 있다. 세금을 안 내려는 집단처럼 매도하는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입법 취지를 보면 빨리 과세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준비 부족 문제만 해결된다면)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이 최선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종교단체 직접 만나볼 생각도”

정부·여당의 엇박자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 방침은 한결같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종교인 과세 준비 미흡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고 차관은 “기재부는 세정당국과 준비를 나름대로 해왔고 특히 종교인들과도 소통을 진행해왔다”며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안이 제출됐지만 현재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종교인 과세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 부총리는 “여러 제반 조치들을 기재부와 국세청이 차질 없이 하고 있다”며 “실무적으로 종교단체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가 직접 만나볼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세 시행을 위해 국세청 등 세정 당국이 납세 서식이나 조직, 전산망 구축을 차질 없이 준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 TF는 19일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준비해 납세해야 하는지 종교계 안에서 혼란이 크다”고 밝히며 2년 추가 유예를 요구했다. 같은 취지로 유예법안까지 발의한 김진표 의원이 이번에는 ‘종교인 세무조사 금지’를 조건으로 내년 시행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종교인 과세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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