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현한 ‘조선수군조련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황치석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황치석 조선왕조문화예술교육연구소 소장]
‘조선 화원, 꽃 피우다’ 초대전
궁중기록화·민화·창작 작품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의궤’. 왕실과 국가의 주요한 행사 내용을 정리한 책인 의궤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에 알려졌다. 의궤의 꽃은 ‘반차도(班次圖)’다. 왕실 행사 주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문무백관이 늘어서 있는 의식의 차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와 관련, 황치석 조선왕조문화예술교육연구소 소장은 20년 넘게 반차도 재현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광복절인 15일부터 ‘조선 화원, 꽃피우다’ 초대전을 통해 반차도의 가치를 시민에게 전하고 있다. 뉴욕에서도 지난 5월말부터 8월 말까지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세계에 조선왕조의궤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다음은 황 소장과의 일대일 인터뷰.

― 뉴욕 전시 반응이 어떤가.

지난 5월말부터 8월말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동안 교민들은 좀 더 한국의 느낌이 담긴 전시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조선왕조의궤를 새롭게 재현해서 만든 두루마리(24m) 등이 공개 됐는데, 현지 교민들이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 교민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많이 느끼는 자리가 됐다.

뉴욕에서 진행되는 전시에는 철종가례반차도, 수원화성야조도, 연희당 진찬도, 낙남헌 양로연도 외에 효명세자 입학도, 수조도 요지연도 등 궁중기록화와 궁중화 및 창작 작품 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 황치석 소장의 작품인 ‘신사임당 포도도’ ⓒ천지일보(뉴스천지)

― 이번 展에는 어떤 작품이 선정됐나.

뉴욕에서 전시하는 작품을 제외한 효명세자 입학도, 수조도 요지연도 등 궁중기록화와 궁중화 및 교육적 철학을 담은 창작 작품 등 50여점이 공개됐다. 20년 이상 그려온 모든 스토리 있는 그림이 공개돼 의미가 크다. 전시가 열리는 정품관은 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지역이라고 한다. 광복절을 맞아 역사적인 전시가 기획돼서 의미가 크다.

중요 작품을 소개해 달라.

‘수조도(조선수군조련도)’를 중심에 두고 전시를 기획했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이순신 장군의 백전백승의 정신으로 수조도를 그려봤다. 수조도를 그리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 노량 앞바다에 가서 찬바람을 맞으며 이순신 장군을 추모했다. 현충사, 생가, 묘소 등을 다니며 참배했다. 또 전문가 자문, 학술적 교류, 수조도 관련 그림비교 분석 등을 했다. 정확성 때문이었다.

오방색의 원리에 부합하게 배색을 하고 종합 정리했다. 작품은 그림뿐 아니라, 글씨를 열 폭에다가 다시 재현함으로써 수조도를 새롭게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저에게는 의미있는 작업이었고 역사의식 가지고 완성한 작품이다.

― 창작 작품도 소개해 달라.

‘도산서원도(陶山書院圖)’가 있다. 2001년 퇴계탄신 500주년 국제학술대회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세계의 퇴계학 학자들이 모여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퇴계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자리였다. 당시 교육학 박사 학위를 하면서 퇴계학에 심취해 연구했다. 15년간 도산서원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궁중화 기법을 익혔고, 그림을 완성했다.

도산서당 안에는 퇴계선생의 모습도 볼수 있으며, 담장을 뚫고 나온 나뭇가지 세세한 부분까지 한 폭으로 묘사했다. 그림 속에는 도산서원의 전교당 앞에서 도산별과를 치루는 모습이 담겼다. 정조는 퇴계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별시(조선시대에 정규 과거 외에 임시로 시행된 과거)를 실시했다.

상덕사(퇴계 선생과 제자 월천의 위패를 모신 사당) 제례 장면도 담겼다. 열정(홍수와 가뭄에도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는 우물)과 도산서당 앞마당의 정우당의 작은 연못과 그 아래 몽천에서 샘물이 솟고 있다.

그림을 위해 퇴계선생이 거닐던 종택에서 도산서원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혼자 걸은 뒤 퇴계 선생의 500여년전 온기를 온몸에 느끼며 작품을 완성했다.

▲ 황치석 소장의 작품인 ‘보호성궁 내의원 약장도’ⓒ천지일보(뉴스천지)

―‘보호성궁 내의원 약장도’는

허준박물관 개관 12주년 기념 특별 초청전에 요청을 받고 준비과정에서 그린 내의원 약장도는 꿈속에서 허준 선생님을 뵙고 그리게 된 것이다. 내의원 약장도는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내의원관련 유물을 한 폭에 담아 구성한 것이다.

그림 속 오동나무 상자 안에 있는 동의보감 총 25책 위에는 허준 선생의 교지를 새롭게 작성해 올렸다. ‘보호성궁(保護聖躬:임금의 몸을 보호한다)’의 현판이 담겼고, 큰 약장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약장으로 106개의 서랍과 하단 여닫이문으로 구성돼 있다. 은뚜껑으로 된 주전자, 고려시대의 청자 상약국에 대한 유물 등을 한그림에 담아 넣었다.

또 내의원 약장도와 함께 허준 선생님이 강서구 공암바위 굴에서 동의보감을 집필하시는 모습이 담긴 허준박물관 일원의 진경산수도를 그려내었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지금 하고 있는 의궤 재현 작업에 힘쓰겠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대한 의궤를 다 재현해 보는 게 꿈이다. 가장 한국적인 복식과 의례를 가지고, 어떻게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의궤에 대한 행사를 회화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의궤가 모두 책으로 돼 있다. 두 페이지 밖에 못 봐서 굉장히 답답한데, 두루마리와 절첩으로 모두 제작해 한 눈으로 보게 하고 싶다. 또 국가적인 차원에서 하는 장례 등 의미 있는 행사 기록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축제 시 의식 부분에 대해 현재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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