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전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년동안 사업장 변경 막고 일거리도 안 줘”

[천지일보=남승우 인턴기자]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라며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민주노총 등 6개 단체는 2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사업주 임의로 운영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 제한, 부당한 임금 공제, 차별 등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2004년 8월에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도입된 제도로서 취업비자 발급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내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보장해 준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노동3권을 보장하고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형태이다.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더라도 횟수, 업종, 기간 등을 제한시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마음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얼마 전 충북에서 자살한 네팔 노동자 역시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을 유서에 남겼다. 단체는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를 막는 것은 강제노동제도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과 이주 인권 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아닌 인권과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인 노동허가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중심인 고용허가제와 달리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할 권리를 부여한다. 노동3권과 동등대우는 고용허가제와 노동허가제 모두가 제시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변경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이를 체류 자격과 연동시켜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전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발 바하두르 구룽(네팔)씨가 발언을 위해 무대에 섰다. 그는 지는 5월 경상북도 군위 돼지농장에서 메탄가스로 인해 사망한 이주노동자 고(故) 테즈 바하두르 구룽씨의 형이다. 

발 바하두르 구룽씨는 “동생이 돼지 배설물을 치우다가 거기서 나오던 가스로 인해서 죽었다”며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사업장에는 안전장치도 없었고 사업주는 며칠이 지나자 잘못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성토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8개월 된 오쟈(네팔) 이주노조 조합원은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옮길 수자유롭지 못한 사업장 변경”이라며 “제일 처음 일하던 인천에서 6개월간 근무지를 변경해주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일거리도 주지 않고 숙박비는 꼬박꼬박 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고용허가제의 폐해는 우리나라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업주에게 고용허가제를 전적으로 맡겨선 안 된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고용허가제 문제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는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쟁취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 등을 요구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전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전국 각 지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대회가 진행됐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앞으로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결의대회·기자회견과 함께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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