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2011년 “현대차의 성공비결을 잘 살펴보자!”라고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성장과 경영방식을 높게 평가했던 일본 자동차업계가 최근에는 “현대자동차는 자괴, 즉 스스로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라고 혹평하면서, 1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극명하게 뒤바뀐 자동차 선진국으로서의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중국내 판매량은 2016년 동기 대비 무려 절반 정도가 감소됐으며, 미국시장에서도 상반기 판매량이 약 9%가량 감소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쇠퇴의 원인으로 그들이 지목한 것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견인했던, 자동차 원자재 확보부터 제조, 판매, 운송 등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게 하는 Top-down 방식의 수직계열화방식이 성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최근의 ‘현대자동차’ 실적이 증명한다는 것이다. 국내 학계에서도 IT산업과 연계돼 ‘기술 융복합’이 강조되는 미래자동차 산업 시장에서 이 같은 수직계열화 방식 전략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으며,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 혁신’ 또는 ‘개방형 혁신’이라 말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들이 연구, 개발, 상업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타 기업 등의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라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보유한 핵심역량과 결합해, 기술, 제조, 프로세스를 개조하고 생산제품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보유한 연구개발비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는데 반해, 그 성과는 미미하다는 것에 대한 반성과 내부 연구개발을 통한 성과의 한계와 성찰의 시각에서 이러한 ‘개방형’ 혁신 방식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개념은 최초 미국 버클리대의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과거 각각의 기업 내부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하는 이른바 ‘폐쇄형 혁신’ 개념에 대응해 기업 내부와 외부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업혁신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고유 기술연구 프로세스를 개방하라는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는데, 첫째로 제품수명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으며, 둘째로는 이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기술개발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국 짧아진 제품수명과 증가된 기술개발비용은 기업들에게 혁신투자의 경제성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혁신에 투자한 기업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어들게 한다. 보다 치열해지는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대가를 얻기는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것인데, 체스브로는 이 같은 불확정성을 극복하고 비용을 줄이면서 혁신의 폭을 대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본 개방형 모델 방식을 통해서 외부의 연구개발 자원을 활용해 시간과 돈을 줄이는 비용측면과 혁신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숫자를 늘림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타 산업에 비해 제품수명주기가 매우 짧은 IT 산업의 경우 이러한 개방형 혁신의 효율적 채택을 통해 상당한 효용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인데, 본 ‘개방형 혁신’의 성공사례로 각각 세계적인 바이오기업과 IT기업인 듀퐁(Dupont)과 아이비엠(IBM)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바이오, 나노기술, 컴퓨터 등 첨단기술산업을 다루는 위 두 개 기업의 경우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한 경쟁우위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한데, 이들은 라이센싱(Licensing) 전략을 활용, 자신들의 사업전략과 부합하지 않은 분야의 기술을 지식자산의 형태로 외부에 공개, 판매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소규모 관련 기업들은 이들이 개방한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이렇게 창출된 산업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확대돼 시장규모가 커져 지식자산판매를 통한 이익과 더불어 새로이 개척된 시장에 참여해 또한 수익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사의 성공신화도 바로 ‘개방형 혁신’에 있었다는 것은 대다수 학자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지속 성장을 꾀하는 국내 기업들의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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