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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을 공유한다. 그 기억들의 배경은 광활한 자연환경일 수도 있지만 크고 작은 건축물이 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사진의 배경이 되는 건물이 항상 호화롭거나 번듯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서 깊은 도시의 유적지일 수도 있고 도시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낡고 빛바랜 건물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로 지어지는 빌딩 숲 사이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수십, 수백년간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건축물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살아온 날의 몇 곱절은 더 살아온 건축물이 경이롭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다. 연속되는 대화들 속에 수많은 장소들이 언급된다. 특정한 장소에서 만났던 사람, 사건, 느꼈던 감정 등을 이야기한다. 건축물, 공간은 관계를 만드는 고리와도 같다. 추억이 담기거나 끔찍하게 나쁜 기억의 장소는 오래 뇌리에 남는다.

우리는 사건을 기억으로 남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따라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떠오르는 공간이 있고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는 장소가 있다.

공간 속에서 사건(Event)은 굴곡을 남기기 마련이다. 어두운 공간을 밝히며 누군가를 위한 행사가 시작되기도 하고 축포가 터지며 어느 가족의 역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어떤 공간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위한 방공호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공간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대형 서재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다다오는 빛의 교회, 물의 절 등을 통해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계획하고 방문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소를 만들었다.

특히 오사카에 있는 Sayamaike Museum의 지하 경사로에는 방문객을 놀라게 할 인공폭포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선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공간이 온전한 사건으로 남기 위해 부가적인 장치가 필요한 때도 있다. 평온함을 위한 공간을 제외하면, 부가적인 ‘요소’들이 필요한 것이다.

주택에서는 아름다운 조명이나 색다른 문의 형식, 맵시 있는 가구들이 공간을 대변한다. 건축에서 귀퉁이 작은 선반 하나, 조명 하나 등, 한 끗의 멋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결국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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