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예술단 ‘꾿빠이, 이상’ 콘셉트 이미지(출처: 서울예술단 블로그)

작가 아닌 한 사람으로 이상 돌아봐
무대·객석 경계 허문 새로운 형태 선보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그리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그리오… 제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1930년대 난해한 작품을 많이 발표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대표작인 ‘오감도’ 중 일부다. 그의 작품세계만큼 복잡한 인간 이상을 다룬 가무극이 관객을 찾아온다.

죽음 직전 이상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다룬 창작 가무극 ‘꾿빠이, 이상’이 내달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꾿빠이, 이상’은 2001년에 발간된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극은 이상의 유품인 데드 마스크에 대한 진위를 중심으로 이상의 삶과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그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죽기 직전의 상태로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이상은 갑자기 눈을 뜨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자신이 왜 누워있는지, 사람들이 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증만 커져 모호한 상태의 자신을 명확히 하고 싶어 이곳 저곳으로 길을 떠난다.

그 가운데 이상은 자신의 삶을 흉내 내며 살아온 ‘서혁민(고석진 분)’과 평생 자신의 글을 연구하며 살아온 ‘피터주(이기완 분)’를 비롯해 자신과 연관된 여인·친구·문인 등 수 많은 사람을 만난다.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날수록 자신의 존재가 모호해짐을 느낀 이상의 혼란은 가중된다.

극 중에서 이상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한 명이 아니다. 서울예술단의 배우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이 각각 이상의 몸인 ‘신(身)’, 느낌인 ‘감(感)’, 앎인 ‘지(知)’를 맡아 연기해 이상이라는 모호한 인물을 다른 양식으로 표현한다.

‘꾿빠이, 이상’이 공연되는 CKL스테이지의 무대와 객석은 상황에 따라 변형된다. 제작진은 극장의 특수성을 활용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객석이라고 규정된 자리가 없어 관객은 공연장 내 어느 곳에나 앉아 극을 관람할 수 있다. 배우들도 공연장 전체를 자유로이 이동하며 극을 꾸민다.

‘꾿빠이, 이상’을 연출한 서울예술단은 “최근 공연계에는 관객들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공연을 완성하는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re)’이 화제”라며 “이번 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형태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형태의 이머시브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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