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뮤지컬 ‘앤 ANNE’의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호 아픔 안은 가족들에 웃음 선물해줄 날 기대하며 제작
이름 철자 하나도 소중히 생각하는 철부지 앤의 성장기 다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19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여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만화 주제가이다. 1908년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로 우리에게 찾아왔던 빨간 머리 앤이 수많은 만화·영화 리메이크를 거쳐 2017년 뮤지컬의 모습으로 대학로에 찾아왔다.

18일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뮤지컬 ‘앤 ANNE’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엔 최현미 연출, 박기태 음악 감독과 배우 송영미, 임찬민, 차준호, 최현미, 이빛나, 조혜령, 서대흥, 우현용, 유원경, 조흠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앤 ANNE’은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은 걸판여고 학생들이 공연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줄거리도 소개해 원작의 내용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극중극의 모습도 갖췄다.

뮤지컬은 주인공 앤의 성장 시점을 3개로 나눠 3명의 학생이 돌아가며 앤을 연기하는 형식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최현미 연출은 “앤이 원작이 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앤의 모습은 다 다르더라”며 “이에 앤을 3명으로 하게 됐다. 앤이라는 인물이 배역을 맡은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 개성 있는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랐다”고 세 명의 앤을 등장시킨 배경을 밝혔다.

앤을 제작한 극단 걸판은 경기도 안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다. 최 연출은 원작이 유명한 앤을 극의 주제로 잡은 이유에 대해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인해 안산에 있는 많은 가족이 힘들어했다”며 “언젠가 가족들이 함께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고 아이들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극을 미리 준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앤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지향하다 보니 극에 사용되는 넘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극의 전체 음악을 담당한 박기태 음악감독은 “너무 어렵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랑함만 추구하다가 유치해지지 않기를 바랐다”며 “관객이 돌아가는 길에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몇 마디는 흥얼거리며 돌아갈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 중 앤은 자신의 이름을 ‘Ann’이 아닌 ‘Anne’으로, 끝에 꼭 알파벳 e를 붙여서 불러주기를 바라는 인물로 나온다. 자기소개할 때에도 “A.N.N.E. 앤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고, 혹여 누가 e를 빼고 자신의 이름을 쓸 시 불같이 화를 낸다.

▲ ‘앤1’ 연기하는 배우 송영미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에 대해 앤을 연기한 세 명의 배우는 각자가 생각하는 알파벳 e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고아원에서 초록색의 지붕 집이 있는 에이번리에 온 11살 ‘앤1’을 연기한 배우 송영미는 “앤은 에이번리로 오기 전까지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메아리 치는 자신의 목소리와 친구를 맺은 외로운 아이였다”며 “그 상황에서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 철자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자신이 연기하며 분석한 앤을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 들어간 이후의 ‘앤2’를 연기한 배우 신정은은 “앤에게 알파벳 e는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타인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지 않나”라며 “남들에게는 알파벳 하나일 뿐이지만 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정체성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앤이라는 캐릭터의 한없는 명랑함과 성장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뮤지컬 ‘앤 ANNE’은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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