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하토야마 정상회담에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간에 오는 31일 도쿄에서 열릴 정상회담에 국제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수뇌부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08년 5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문 이후 2년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핵감축 문제가 이 회담에서 논의될지에 관심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간의 거친 설전으로 불이 붙은 중국의 핵감축 논쟁은 이제 양국간 최대 현안의 하나로 등장, 확산여부가 주목되고 있다고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이 19일 말했다.

선제 공격은 일본 측에서 나왔다. 오카다 외상은 지난 15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 기간 양제츠 부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에 가입한 5개 핵보유국 가운데 중국만 핵무기를 늘리고 있다"면서 "중국이 핵무기를 감축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도록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격을 했다.

이에 대해 양제츠 부장은 "중국은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어떤 형태의 핵무기 확충도 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최소 수준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맞받아 쳤다.

양제츠 부장과 오카다 외상간의 이 논쟁은 비외교적인 거친 언사가 오갈 정도로 격렬했던 것으로 외교가에 소문이 자자했다.

중국은 이어 이튿날인 16일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핵무기 감축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정당하고 투명하며 질책받아야 할 게 없다"면서 일본 외상의 발언을 직접 겨냥, 분노의 수위를 짐작케 했다.

일본 측도 강하게 응수했다. 오카다 외상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핵감축 문제는 냉정하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중국 측에 핵감축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의 민주당 출범을 계기로 화해 무드에 들어간 중.일 관계가 다시 종전의 냉랭한 대결 상태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핵감축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은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일본 측의 공세는 최근 약세로 밀린 민주당이 오는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것이어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중국은 자국의 가장 민감한 문제중 하나를 건드린 일본에 다시 악감정이 생기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는 관측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핵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에 비해 핵전략이 크게 열세인 중국은 함부로 핵감축에 나설 입장이 못되는데 이 틈을 일본이 비집고 들어와 공격을 한데 대해 중국은 급소를 찔린 감정이라는 것이다.

중국 측은 특히 마음만 먹으면 기술력이나 경제규모로 봐 자국에 비해 10배이상의 핵무기를 생산.보유할 수 있는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보호아래 있으면서 중국에 핵감축을 요구할 수있느냐며 반일 감정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런 반일 감정은 최근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동중국해 상에서 해군력 강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마침 일본 중의원이 18일 이 영유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에 경제활동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킨 것과 겹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은 일본 남쪽 1천700㎞ 해상에 있는 오키노도리시마의 섬 인정 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은 오키노도리가 무인도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이는 암초로 공해(公海)일뿐이라 맞서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