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105호 백산 김정옥 사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무형문화재 백산 김정옥 사기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매끄러운 포물선이 아니다. 그릇을 양손으로 감쌌을 때 엄지부분은 약간 깊은 오목, 나머지 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얕은 오목형 굴곡이 그릇을 동그랗게 둘렀다. 말차를 담아낸 다완은 손안에 밀착돼 차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지고 매우 안정적이다. 차를 마신 후 뒤집어 놓을 때에도 사발 밑 부분의 울퉁불퉁한 유약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는다.

사기장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백산 김정옥(70) 명장이 빚어낸 찻사발이다. 그는 청호찻사발을 그렇게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사용하는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는 우리 옛 도공들의 사려 깊은 생각이 스며있다.

김정옥 명장은 “우리 선조들이 했던 그 방법 그대로 전통으로 하는 것이에요”라며 “화공약품을 쓰지 않고 색이 진한 안료를 쓰지도 않죠. 틀에 찍어내지도 않아요. 물레 성형을 해서 장작 가마에 구워내는 거죠”라고 말했다.

 

 

▲ 가장 가치가 있는 사기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명장이 대뜸 일어나 집어들었던 청호 찻사발. 7대째 가업으로 전수받은 기법 그대로 제작한 사기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뜨거운 불을 이기고 나온 찻사발은 은은한 분홍 빛으로 굵은 띠를 띠기도 하고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고요하게 감도는 오묘한 빛깔은 보는 이의 눈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해외에 돌아다녀보니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것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우리 전통 기법은 꼭 지켜나가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틀로 찍어서 가스 불에 구워 대량생산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양 쪽을 병행해 전통은 꼭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어려운 도공시절을 이겨내고 명장으로 인정받은 것은 1996년이다. 18세에 가업으로 이어받아 38년째 되던 해다. 7대째 가업으로 하는 사기장이었지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의 감격을 묻자 명장은 “숙원이 풀어진 것이었어요. 우연찮게 내가 받게 된 것이지만 선조들의 기법이 인정을 받은 것이었죠”라고 털어놨다. 이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막걸리를 사들고 인증서를 품에 안은 채 선조들의 묘소를 찾아가 술을 올린 것이다.

7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온 사기장은 이제 김정옥 명장의 아들과 조카, 증손자까지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대를 이은 선조의 기법을 후대를 거쳐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손님들과 함께 정자에 앉아 있던 백산 김정옥 명장이 기자의 사진포즈 요청에 웃음으로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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