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서 오는 극상의 스릴러 ‘장산범’
애나벨 인형의 진짜 이야기 ‘애나벨: 인형의 주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언젠가부터 한여름 밤에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영화를 찾는 게 더위를 즐기는 정석이 됐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동안 공포영화계는 지지부진해 왔다. 올여름에는 공포영화 두편이 공포 마니아 관객을 찾는다. 영화 ‘장산범’과 ‘애나벨: 인형의 주인’이 그 주인공이다.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스릴러다. ‘희연(염정아 분)’과 ‘민호(박혁권 분)’ 부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허진 분)’와 딸 ‘준희’를 데리고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장산의 한 마을 외딴곳에 애견펜션을 차린다. 어느 날 희연과 민호는 강아지를 찾아 나선 남매를 도와주다가 오래전 폐쇄된 장산 동굴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매장당한 시체를 발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신린아 분)’를 만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준희라고 소개하며, 딸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한다. 이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영화 ‘컨저링’에 등장했던 악령 깃든 애나벨 인형의 탄생을 다루는 공포영화다. 인형장인 부부는 어린 딸을 비극적 사고로 잃는다. 12년 후 그 집에 오갈 데 없는 보육원 소녀들과 수녀가 함께 살게 된다. 보육원 소녀 중 하나인 ‘재니스’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 ‘재니스’가 호기심에 부부가 봉인해둔 방에 들어갔다가 인형 애나벨을 본 뒤부터 불가사의한 일들이 시작된다.

‘소리만으로 극강의 공포를 준다’ ‘너무 무서워 팝콘이 날아 다닌다’ 등의 후기가 나올 정도로 공포영화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등 두편을 비교분석해봤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실력 인증된 감독과 공포영화의 만남

지난 2013년 5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숨바꼭질’ 허정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 ‘장산범’으로 돌아왔다. 전작 ‘숨바꼭질’이 가장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집에서 낯선 이에게 침범당한다라는 설정이라면 ‘장산범’은 친근하고 익숙한 목소리에서 오는 공포에 집중했다.

지난해 영화 ‘라이트아웃’으로 신선한 공포를 선보였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애나벨을 연출하며 ‘컨저링’ 세계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 샌드버그 감독은 애나벨의 시작을 설명하는 이번 영화에서 모든 조각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전체적인 관점을 연출했다.

▲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 스틸.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공포의 발단, 목소리·인형

누구에게나 좋고 싫음을 떠나서 인상적인 소리가 있다. ‘장산범’은 어떤 이들에겐 익숙한 목소리로, 어떤 이들에겐 두려운 목소리로, 때로는 그리운 목소리로 사람의 약한 감정을 건드리며 현혹한다. 가장 친숙한 목소리에서 기괴한 느낌이 드는 게 ‘장산범’의 사운드 연출이다.

‘컨저링’ 시리즈와 ‘애나벨(2014)’을 통해 인형의 공포는 충분히 야기됐다. 이번 영화는 악명 높은 인형의 출발점인 어린 소녀의 방에 있는 인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이 흔히 선물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인형 특징에 맞춰 행복한 가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이어지는 공포를 극대화했다. 장난감이 중심이기에 아이들을 등장시켰다. 촬영 당시 애나벨 인형이 가진 섬뜩한 때문에 배우들도 경계하면서 만지기를 꺼려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제작진은 천주교 신부를 불러 촬영 전 세트와 소품 애나벨 인형을 축성하게 했다.

▲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 스틸.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여배우들의 소름 돋는 열연

공포퀸 염정아가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장화, 홍련’ 이후 단 한번도 공포영화에 출연한 적 없지만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기억되고 있다. ‘희연’ 역을 맡은 염정아는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부터 모성애까지 아우르며 극을 주도한다.

아역배우 신린아도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집중력과 몰입으로 현장을 압도했다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칭찬이 자자하다. 허정 감독은 “그 자체로서 아우라를 완성 시키는 친구”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에서 낯선 소녀 ‘여자애’ 역을 맡은 신린아는 신비하고 알 수 없는 눈빛과 표정으로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애나벨’에선 ‘재니스’ 역을 맡은 아역배우 탈리타 베이트먼과 ‘린다’ 역 룰루 윌슨의 활약이 대단하다. 탈리타 베이트먼은 악마의 표적이 되는 소녀 역할을 맡아 열연한다. ‘위자: 저주의 시작’ ‘인보카머스’ 등 공포영화에 출연했던 룰루 윌슨은 프로다운 모습으로 섬뜩한 표정 연기를 선보인다.

▲ 영화 ‘장산범’ 스틸. (제공:NEW)

◆모든 일, 욕심에서 시작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성구처럼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넘어 욕심을 부린다. ‘장산범’에서 ‘희연’은 5년 전 어린 아들 준서를 잃어버리고 다시 아들을 찾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애나벨’의 인형장인 부부는 불의의 사고로 잃은 딸을 그리워하는 사랑이 악의 근원이 됐다. 부부는 자녀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악마를 불러들였고, 악마는 인형에게 안착했다. 처음엔 사소한 접촉이었지만 나중엔 본인들의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에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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