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식 교사가 수집한 근대서적을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국 근대서적의 수집 정리에 힘써온 장서가이자, 서지연구자인 오영식 교사. 그는 전문 학술지 ‘근대서지(2010년 창간)’를 발간해 수많은 자료 발굴소개와 함께 한국 근대 서지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 교사는 지난 42년간 3만여권의 근대서적을 모아왔다.

이와 관련, 그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고전문화중심(옛 화봉갤러리)에서 보성고등학교 정년 퇴임 기념소장도서전 ‘40년-108번뇌’ 전시를 통해 소장본 중 일부를 공개했다.

전시된 책은 ‘개화기 출판물’ ‘주시경과 이해조’ ‘이광수와 최남선’ ‘한국 잡지’ ‘시집·소설집’ 등으로 분류돼 찾는 이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시내 변두리 다니며 책 모아

“근대출판물을 중심으로 지난 42년간 수집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모았는데 그때는 돈이 없는 학생이어서 인사동보다는 시내 변두리 헌책방을 많이 다녔죠.”

과거를 회상하는 오 교사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책을 찾아 이곳저곳 발품 하던 때와 책을 찾아 기뻐했던 때가 그의 머릿속으로 스치는 듯 보였다. 그만큼 근대 서적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 듯했다.

▲ 오영식 교사가 수집한 근대서적을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현재 사라진 책이 많습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쳤기 때문이죠.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경우 책이 더 잘 보관돼 있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소실된 게 많습니다.”

근대서적의 소중함을 잘 몰랐던 시기도 있었다. “우리가 책을 많이 잃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거 국내에서 실시한 ‘폐휴지 모으기 운동’ 때문으로 봅니다.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씩 잡지나 신문을 모으는 거였는데, 그럴 때 귀중한 자료가 많이 없어졌죠. 시대적으로 책 안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기보단, 그저 폐휴지로 여긴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날에는 옛것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에 대한 감정 결과 3억원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 겁니다. 진달래꽃은 현재 10권정도 남아 있는데, 이보다 덜 남아있는 책은 가치가 더 크죠.”

전시된 책 중에는 ‘혹시 유일본?’이라고 표시된 것도 있었다. 오 교사는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말을 합니다”라고 했다.

“우리 근대문화 최초의 여류 문인 김명순의 두 번째 창작집인 ‘애인의 선물’인데, 그것은 저만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판권지가 낙장(뜯김)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낙장이 아닌, 원래 모습을 가진 것이 있다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책은 대부분 겉표지가 깨끗했다. 책 표지에는 유명한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 넣은 게 많았다. 옛것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늑함이 느껴졌다.

▲ 오영식 교사가 수집한 근대서적 ⓒ천지일보(뉴스천지)

◆발견되지 못한 서적 여전히 많아

오 교사는 근대서적을 찾는 작업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914년에 창간됐던 일본 동경의 조선유학생학우회의 기관지인 ‘학지광(學之光)’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호수가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발견 못한 잡지는 매우 많고, 단행본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많다. 뭐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현재의 실태를 설명했다.

그는 근대 서적을 수집해 잘 간직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근대 서적은 서양에서 들어온 출판기법으로 새롭게 찍어냈습니다. 그래서 매우 많을 것이라고 우리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25전쟁, 폐휴지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우리가 책 자체를 소홀히 여겨 지금 잔존부수가 많지 않습니다. 귀한 것일수록 더 찾기 힘듭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한국문학관이 세워지면 문학 작품집이 전시됩니다. 상태가 괜찮고 가급적 완벽한 초판 자료를 잘 선별해서 우리가 보존해야 합니다. 또 공공기관에 전시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나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역사를 지켜내는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 교사는 “우리나라에서 개인 수집가가 책 전시를 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책이라는 것은 전시할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았고, 근대출판물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우리가 소홀히 여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근대 출판물의 전시가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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