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종교연합 제51차 평화포럼이 ‘종교와 문화’를 주제로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종교연합 ‘종교와 문화’ 주제로 평화포럼 개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일상적 종교간 협력을 영구히 증진시키고 종교로 말미암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2000년 6월 창립된 한국종교연합(URI-Korea, 상임대표 박남수)이 올해 들어 첫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종교연합은 18일 서울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창립 11주년 기념 ‘제51차 평화포럼’을 열고 ‘종교와 문화’에 대해 논했다.

박남수 상임대표는 “한국종교연합이 지난 10년 동안 종교평화포럼을 통해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와 갈등 해소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러한 활동의 근본이 되는 동시대의 문화와 짝해 가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종교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자 이번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도교 임운길 교령은 “종교와 문화는 필요충분조건이며 불가분의 존재를 요구한다”며 “종교는 문화의 핵이다.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각 종교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해 건전한 사회 창출을 도모해 우리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물들여주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 김문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종교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문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종교의 역할’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한국문화를 역사적으로 개관할 때 그 배경이 되는 종교를 외면할 수 없다. 종교란 그 표면적인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교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문화의 시대적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샤머니즘 또는 무교가 우선적으로 꼽힌다”며 “이 둘은 시기적으로 가장 오랠 뿐 아니라 그 뒤의 문화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오늘날까지도 잔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를 포함한 어떤 종교든 전통적인 문화요소들의 심층에 잠복해 있는 ‘궁극적인 관심’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전통적인 상징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며 “종교가 오히려 문화적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도 차츰 전통적인 다종교적 풍토 위에 이제까지 낯설게 여겨져 온 이슬람교와 같은 이질적인 종교에 의지해 살아온 이민들이 대거 유입되는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에 각각의 종교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나가면서도 다른 종교와 평화적으로 공존할 뿐 아니라 민족이 공유할 수 있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창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에서의 종교간 대화와 평화’를 주제로 발제한 스테반 탄 민트 오(Stephen Than Myint Oo) 미얀마성공회 대주교는 “미얀마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국가”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오 주교는 “수백여 개의 서로 다른 언어와 방언을 사용하는 135개 이상의 소수민족들로 이루어진 미얀마는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지니고 있다”며 “수많은 불탑과 사원, 모스크, 스피릿 하우스 그리고 교회 등이 서로 혼재돼 있는 모습은 미얀마가 다종교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스테반 탄 민트 오(Stephen Than Myint Oo) 미얀마성공회 대주교가 ‘미얀마에서의 종교간 대화와 평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미얀마에서의 종교적 대화와 평화를 위해서는 먼저 불교와 기독교 간의 긴 오해의 역사를 풀어야 한다”며 “초기 선교사들은 개종자들로 하여금 (미얀마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사회를 떠나도록 만들어 이들을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로부터 단절시려 했고 이로 인해 미얀마인들에게 기독교는 매우 낯선 존재가 됐다”고 전했다.

또한 “불교와 기독교를 대표하는 바마르족과 소수민족들 사이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오해와 긴장, 갈등의 역사가 존재한다”며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와 조화를 파괴하는 종교적 극단주의, 비관용 그리고 폭력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교와 기독교 간의 대화는 매우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 주교는 “지금 미얀마는 종교들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는 어느 개인을 개종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덧붙여 “진정한 종교적 대화와 평화를 위해서 미얀마의 기독교인들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아 중심적인 이기적 욕망의 억제”라며 “오직 이것을 통해서만 전통과 편견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김문환 교수와 스테반 탄 민트 오 대주교의 주제발표에 대한 논찬자로는 각각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와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 나섰으며, 사회는 박종화(경동교회) 목사가 맡았다.

한편 포럼을 진행한 박종화 목사는 “세계종교연합(URI)의 목적과 헌장정신을 한국에 구현하기 위해 탄생한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종교연합’의 영어 이름이 ‘United Religions Initiative -Korea’로 유알아이코리아(URI-Korea)로 말하고 있다”며 “URI 원리 중 ‘우리들은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하나의 교량 건설적 단체이지 하나의 종교는 아니다’라는 것이 있다. 앞으로 우리는 URI-Korea를 ‘우리-한국’으로 읽자. 한국에서는 각 종교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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