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을 지목하면서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고 했다. 9일에는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명령은 핵무기를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것”이었다면서 “미국의 핵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우리가 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미국이 어떤 도덕적 우위도 상실해버린 나라가 됐다고 생각했다. 적나라한 힘 자랑, 그것도 무고한 사람들을 대량 살육하는 핵무기를 자랑하고 핵무기 공격을 암시하는 협박을 하다니! 

미국은 유일한 핵무기 사용국가다. 1945년 핵무기 사용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나?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의 추정에 의하면 조선인들도 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3만명의 피폭부상자는 물론 2세 3세까지도 고통 속에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일본의 항복을 받기 위해서 원폭투하는 불가피했다는 논리는 단호히 거부돼야 한다. 나는 미국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 것은 반인륜적인 전범행위로 본다. 핵무기 투하에 대해 인류가 올바로 평가하고 단죄하지 못한 탓에 미국은 오늘도 핵무기 투하 행위에 대해 죄의식도 없다. 사과와 배상은커녕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고 있다. 

핵무기 투하 전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있는 트럼프가 핵무기를 자랑하고 핵무기 공격을 강력히 암시한 것은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참으로 부끄러운 행동이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초강대국이다. 힘이 있으면 힘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 하더라도 겸손하고 자중할 줄 알아야 한다. 힘이 있다고 해서 힘자랑하고 힘을 쓰겠다고 협박하면 이건 깡패에 불과하다. 가지고 있는 힘을 세계평화와 호혜 관계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으로 쓰는 문화국가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미국은 대국이고 북한은 소국이다. 대국이 소국을 상대로 핵무기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협박을 해서는 안된다. 이전에도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트루먼이 핵무기를 투하 직전에 썼다는 ‘화염과 분노’ 같은 어법을 쓰면서 소국을 협박하는 등의 공격적인 언사를 쓰는 것은 세계 지도국의 면모는커녕 국제 깡패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볼썽사나운 행동이다. 미국 내에 평화를 사랑하고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서 트럼프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의 언행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지난 4월 트럼프는 시진핑과 만났을 때 들었다면서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안다면 그 따위 말을 지껄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트럼프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뭘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저 미국 식민지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엔 중국 식민지, 그 이후는 일본 식민지, 지금은 미국 식민지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보지 않았다면 한국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중국의 식민지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전략 폭격기 편대를 자신이 원하면 아무 때나 전개할 수 있지, 사드 배치하라고 하면 넙죽 받아들이지, 한물 간 무기라도 사라고 하면 덥석 사지, 항공모함을 한반도 연안에 언제나 출동시킬 수 있지, 참 고놈 쓸 만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트럼프가 한국 국민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준 행동은 또 있다. 미 상원의원 그레이엄에 따르면 트럼프는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서 나는 것이다. 수천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얼굴에다 대고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한국 국민 가운데 분노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더 늦게 전에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트럼프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미국은 북한이 ICBM 만드는 것 자체만 보고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할 것이라는 것, 죽는 사람들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또는 한국 사람들이지 미국 본토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전쟁도 불사하고 한국 사람들 죽든 살든 그건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도 하고 한미동맹은 최고의 동맹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진짜 동맹 맞나? 

여기서 잠깐 가정 하나 해보자. 한국이 강대국이고 미국이 한국처럼 남북으로 분단됐고 남부 미국이 한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동맹국’이라고 치자. 한국 대통령이 북부 미국정권이 ICBM을 개발한다고 해서 남부 미국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고 ‘전쟁이 나는 경우 미국 쪽에선 수천이 죽겠지만 이곳 한국에선 아무도 안죽는다’고 말했다 치자. 당신들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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