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김여정(1933~  )

 

지난겨울에는 한강 팔당의 큰고니들이 나를 대신하여 강물종이에 시를 써 주었다.

올봄에는 한강 둔치의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들이 다투어서 허공벽지에 시를 써주고

올 여름에는 산과 들의 나무와 숲이 싱그러운 푸른 숨결로 하늘종이에 시를 써 주고 있는데

아바타가 무엄하게 나를 넘어 앞서려 한다

“아바타여, 이제 게 섰거라!”

 

[시평]

‘아바타’, 현실에서의 나를 대신하는 온라인상의 캐릭터, 나의 분신, 나의 화신. 실은 그래서 어찌 보면 좋아할 수도, 또 싫어할 수도 없는 나의 또 다른 자아(自我)이기도 한 아바타. 시인은 한강변 아파트에 산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여 큰물을 이룬 강이 팔당쯤에 이르게 되면, 검단산의 장엄함과 함께 그 절경을 이룬다. 매일 같이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그 한강을 배경으로 지난겨울에는 큰고니들이 큰 날개를 조용히 펄럭이며 강을 가로질러 나르곤 했다. 그리고 이내 봄이 오니,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꽃들이 다투듯이 피어나며 한강의 둔치에 형용색색의 수를 놓았다. 그러더니 무더운 여름이 되니, 산과 들 온통 싱그러운 푸른 나뭇잎의 숨결이 숨 막힐 정도로 번져지고 있었다.  

시인이여! 그 아무리 아름다운 시를 쓴들, 이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 있겠는가. 시인이여! 사시사철 변화하며 각양각색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저 자연의 그 경지를 어떻게 인간의 언어로 승화시켜 시로 써내려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시인은 대갈알성을 한다. “아바타여, 이제 게 섰거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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