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야심작 ‘브이아이피’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 ‘브이아이피(VIP, 감독 박훈정)’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진행됐다.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박훈정 감독과 배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이 참석했다.
영화 ‘VIP’는 국정원과 CIA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분)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범죄영화다. ‘신세계’가 깡패들이 넥타이 매고 정치하는 이야기였다면 ‘VIP’는 그 판이 더 확장돼 국가들끼리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이야기다.
영화는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기획 귀순자를 수면 위에서 다룬다. 박훈정 감독은 “기획 귀순이라는 것은 영화적으로 없었던 소재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는 굉장히 실제로 많이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다뤄진 적이 없어서 다뤄볼까 생각했다”며 “목적과 필요에 의해 기획 귀순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해 성공했는데 당사자가 이러한 괴물이라고 했을 때 어떤 이유에 의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러닝타임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VIP’에서 장동건과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두 뭉쳤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은 장동건은 영화 촬영하면서 스트레스 받았던 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에서 스트레스는 감독님한테 많이 받았다(웃음). 영화의 사건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박진감 있고 흥미로워서 배우들이 거기에 뭔가를 더하려고 하면 더 보기 힘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덧셈보다는 뺄셈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입장에선 아쉬운 것 같고 빠진 것 같은 느낌들이 있었는데 영화의 성격을 볼 때 나쁘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쿨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형사 ‘채이도’로 분한 김명민은 시종일관 담배를 피운다. 김명민은 “담배 피우는 연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웬만하면 담배를 촬영하면서 안 피우는 게 좋다. 담배 피우는 역은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 알기 때문에 감독님께 담배를 안 피면 안 되냐 물었더니 감독님께서 누아르에선 담배가 꽃이라고 해서 피우게 됐다”며 “담배를 피우는 연기는 상관없는데 담배를 물고 연기하기가 힘들다. 담배 연기가 자꾸 눈으로 들어와 콧바람으로 연기를 밖으로 밀어냈다. 안 그러면 이도가 운다. 쉽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배우 박희순은 VIP 김광일 때문에 좌천된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으로 분해 열연한다. 박희순은 “네명이 같이 촬영하긴 했으나 부딪히는 신이 별로 없었다. 여러분들 연기 잘 봤다. 그리고 박훈정 감독님이 글을 잘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연출을 더 잘하시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악역을 맡은 이종석은 북에서 온 귀빈 VIP ‘김광일’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이종석은 “‘김광일’이 웃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 저 나름대로 생각해봤으나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웃음이 있었다”며 “어떨 때는 이빨 보이고 웃지 말라기도 하시고 그 정도만 웃으시라고 하시고 감독님의 가르침에 따라 연기했다. 영어 대사 빼고는 덜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연쇄살인마 캐릭터인데 다른 작품에서 사이코패스가 미소 짓는 장면은 관객분들이 많이 보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해서 소년 같은 맑은 웃음으로 표현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악역이 새로운 도전이어서 계속 두려웠다. 지금은 시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