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아이 예쁘죠?” 지난달 24일 열린 ‘입양가정 걷기대회’에 참석한 엄마와 자녀의 모습. 조끼를 입은 복지사와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윤, 전형민, 김두나 기자]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찾아주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5월 11일 ‘입양의 날’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전쟁고아를 어쩔 수 없이 해외로 입양보내야 했던 1950년대의 비극은 벗어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1200여 명의 아동을 입양보내는 ‘아동수출대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 회계연도 기간 중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모두 1106명(전체의 약 12%)인데 이는 중국(2990명) 에티오피아(2221명) 르완다(1580)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는 반면 2005년 3560여 명에 이르던 입양아 수는 2009년 2440여 명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2007년 처음으로 국내입양아 수가 국외입양아 수를 초월한 이후 현재까지 그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직장인 5명 중 1명만 “입양 계획 있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입양의 날’을 맞아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20~30대 남녀 직장인 820명을 대상으로 자녀 입양계획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양 계획이 있고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9.9%에 불과했다.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8.9%, ‘다른 사람들이 입양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본인은 하기 싫다’고 답한 응답자는 26.8%, ‘입양할 생각 및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4.4%로 전체 응답자 5명 중 4명은 입양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단순 노무직보다 사무직일수록 입양 계획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젊은층이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50~60대에서는 입양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 ‘혈연관계를 통한 가족구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양의 걸림돌 ‘사회적 편견 경제적 부담’ 등

미혼모아동과 위탁보호아동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수는 매년 9천여 명이 발생하지만 그중 국내에서 가정을 찾는 아동은 전체의 약 14% 정도였다. 대부분은 국외로 입양되거나 시설에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입양 중 약 70%가 ‘불임가정’으로 출산 대신 입양을 택하는 경우로 나타나 ‘필요에 의한 입양’ 비율이 높았다.

90년대까지는 가계승계를 위한 남자아이 입양 비율이 높았던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여아들의 입양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특이한 점이다.

입양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비율이 제일 높았고 ‘경제적인 부담’과 ‘입양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뒤를 이어 입양문화 장려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혔다.

뇌성마비 여아와 자폐를 가진 남아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부산광역시 연산동 김순자(51) 씨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보며 측은하게 생각하는 이웃들은 내 아이가 입양아인 사실을 알게 되면 ‘사서 고생을 왜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며 “입양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입양아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현재 국내에서 입양을 담당하는 기관은 30개가 채 되지 않는데 그나마 있던 기관도 몇 년 새 줄었으며 그중 홀트아동복지회를 포함, 서너 곳의 기관에서 담당하는 입양아의 비율이 전체 8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권리과의 한 관계자는 입양기관이 줄어든 것에 대해 “사정에 따라 폐쇄하는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아빠 휴대폰 봐봐. 신기하지?” 지난달 24일 동방사회복지회가 주최한 ‘입양가정 걷기대회’에 참석한 아빠와 아이. ⓒ천지일보(뉴스천지)

◆전통적 ‘가족’개념 벗어날 수 있는 제도 필요

현행법상 영유아의 입양은 민법상 일반입양과 친양자입양, 특별법상 기관입양 등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

아동 복지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기관입양이나 주로 재혼가정에서나 친인척 간에 이뤄지는 친양자입양의 경우 입양 절차에 있어 입양가정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과정을 거치며 입양 이후에도 추적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입양의 경우 친부모와 입양부모 사이에 동의만 있다면 간단한 서류작업만으로도 입양이 이뤄질 수 있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법률적으로는 분명한 친자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입양아를 법률적으로 친자 등록한 가정의 현행법상 ‘가족’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직장인 김수경(26) 씨는 “가족이 혈연관계로만 맺어진다는 개념은 구시대적 생각”이라며 “메스컴에서 혈연이 아닌 다른 관계를 통해서도 가족이 구성될 수 있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입양으로 이뤄진 ‘가족’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기획과 담당자는 “가족에 대한 개념 정리가 교과 내용에 실려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교육과정 중 가족에 대한 개념 변경 추진 여부에 대해 “정책적으로 가족의 개념의 변경 추진은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기관에서는 일선학교에서 신청할 경우 해당학교에 입양아를 둔 부모가 ‘일일교사’ 형식으로 찾아가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입양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출산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 필요

입양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환기와 함께 정책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홀트아동복지회 김병수 사회복지사는 “부산 여중생 이모 양 살해 피의자 김길태는 입양사례 중 최악의 경우”라고 평가하며 “김길태는 입양기관을 통한 절차 없이 집 앞에 버려졌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본인이 입양아란 사실을 사춘기 때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입양공개 여부와 관련 홀트아동복지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부만 알고 주변에는 비밀로 하는 ‘비공개 입양’ 가정이 2005년 10.2%에서 2009년 7.6%로 줄었다.

친지 등에만 공개하는 ‘제한공개’는 47.2%에서 35.7%로 소폭 감소했지만 ‘(입양아에도) 공개’하는 가정은 42.6%에서 56.7%로 늘어났다.

입양만족도에 비례하는 재입양(첫 아이 입양 후 다시 입양) 역시 늘어가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복지사는 “재입양 가정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이며 질적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2000년 초반 공개입양가정의 활발한 활동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형성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리 입양아를 키워 본 부모가 처음으로 입양을 한 부모들에게 양육정보 등을 공개하면서 입양부모의 두려움이 감소하고 입양 만족도가 늘어난 셈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입양법 개정안을 제출해 정책 지원에 나섰다.

최 의원은 ▲부모의 입양동의는 아동의 출생일로부터 30일이 지난 후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입양숙려제’ ▲입양기관의 장이 국내에서 양친이 될 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 후 찾지 못한 경우 국외입양을 추진하는 ‘국내입양 우선추진제’ ▲해외입양인에게 자신의 입양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 명시 ▲중앙입양정보원을 ‘중앙입양원’으로 명칭 변경 후 입양지도․감독권한 강화 ▲양친 자격조건에 아동학대와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범죄나 마약․알코올 등 약물중독 경력이 없을 것을 명시하는 등의 사항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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