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국내 기업환경이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국외로 이전하는 크고 작은 기업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한데다가 구인난, 인건비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창출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의하면 2015년 한국 기업체가 국외에서 창출한 일자리 수는 약 162만개였으나, 국내 유입 외국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는 약 27만개였다고 한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서 보이는 큰 차이가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의 국외 진출은 현지국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국외 진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내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일자리가 넘쳐 취업 풍년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고용지표에 호조를 보이는 것은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주된 이유는 기업을 위한 규제 개혁을 한 결과이다. 그래서 국내외에서 앞 다퉈 기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현 시점에서 정규직을 포함한 유효구인배율이 1.48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쉽게 풀이하면 일자리가 148개라면 구직자는 100명이라는 점이다. 이는 2016년의 유효구인배율 1.39배를 능가한 수치이다.

이와 반면에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보자.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기업들의 ‘탈 그리스’가 이어지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높은 세금과 임금 인상 때문이다. 그 결과 불가리아에 근거지를 둔 그리스 회사만 해도 1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국외 진출 기업 못지않게 인재의 국외 유출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제조업체 가운데 약 72%가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인재 충원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핵심 인재가 국내보다는 국외 취업을 선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국외에 취업한 이공계 박사학위 인재들이 2013년 한 해만 해도 8931명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재의 국외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더 우려되는 점으로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이공계 전공자들조차 90% 이상이 유학국 또는 해외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가 경제의 경쟁력에 영향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들이 국외 취업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 일자리가 있더라도 불안하다는 점, 부적절한 규제 및 대우에 기인한다.

기업의 활성화는 어려움과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데 있다. 그러려면 까다로운 규제를 푸는 것은 물론, 규제를 감소시키는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에서는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갖춘 인재양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획일적인 인재양성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아니다. 그 목적이 기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일본이 약 20년에 이르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취업 풍년을 맞이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경제회복을 위해 과도한 규제 철폐, 자율성에 기반을 둔 경영 및 연구개발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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