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만리 끌려간 마지막 유해까지 고국의 품으로”

일제강제징용 희생자 33구 유해봉환 추모제
7대종단·시민단체, 강제징용 노역자의 넋 위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가 광복 72주년을 맞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7대 종단, 민족종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대회장 김영주 KCRP 대표회장)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제 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를 열고, 강제징용 노역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유해봉환위원회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전쟁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희생자는 250만여명으로 이 중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12일에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서울 용산역에 세워져 관심을 끌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제강제징용 희생자 33명의 유해를 제단에 안치하는 것으로 추모제가 시작됐다. 불교·천주교·원불교·유교·천도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종교계 추모의식으로 엄숙함 분위기 속에서 추모 열기가 더해졌다.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은 대회사에서 “이 땅 곳곳에서 일본, 사할린, 만주 심지어 동남아까지 끌려간 아들과 딸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닌 유해가 돼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우리가 아무런 감흥없이 이 땅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었을 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라져 가신 분들이 여기 돌아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우리가 할 일을 찾아보자. 아직도 어머니, 고향의 꽃과 나무를 그리다가 사라져 간 분들이 먼 이국만리에 많이 계신다”면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고 국가의 보살핌도 있어야 한다. 오늘 오신 서른 세분의 유해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장 무원스님(대한불교천태종)은 국민선언문을 통해 “역사에 한 맺힌 세월은 몸에 흐르는 대한의 뜨거운 피를 백골로 변하게 했다”며 “하지만 고향땅이 그리워 아직 눈감지 못한 영령들이여, 33위의 유해를 시작으로 대한의 피가 흐른 마지막 한 유해까지 완전히 모셔올 것을 선언한다”고 유해봉환 사업의 국민 참여를 호소했다.

유해봉환에 합의한 일본 동경(도쿄) 국평사 주지 윤벽암스님은 “조국이 행방된 지 72년이 되는 오늘 여러분과 자리를 같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의 봉환이 일제식민지 과거 역사를 청산하며 강제연행 피해 동포들의 유해를 더 많이 찾아내고 고향에, 통일된 조국의 품에 안기도록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1차 유해봉환은 일본 국평사에 안치된 강제징용 희생자의 무연고 유골 중 신원이 파악된 101구에서 먼저 봉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봉행됐다. 유해는 오는 16일 오전 9시 서울시의 협조로 서울시립 승화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한편 일제강점기피해자 전국유족연합회는 국민추모제에 앞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라”며 일본 정부의 사죄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