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이후 전국은 촛불에 휩싸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방송을 본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거리로 뛰쳐나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군중, 그리고 이를 막는 경찰 사이에선 유혈사태를 방불케 하는 충돌이 빚어졌다. 서울에서만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규모의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는 많은 사회갈등을 낳았고 급기야 이념대립으로까지 번졌다.

이 같은 혼란의 대가는 엄청났다. 3개월에 걸쳐 1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2천여 회가 넘는 시위를 벌이는 동안 68만여 명의 경찰이 진압에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500명 이상의 경찰과 민간인이 다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촛불시위로 인한 직접 경제 피해액이 1조 574억 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내놨다. 사회적 손실은 3조 75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광우병 보도의 직격탄을 맞은 쇠고기 수입업계는 400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꿈에서 깨듯 광란의 시간이 끝나자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연일 광우병 공포를 외치던 언론들은 입을 닫았고 광우병 사태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PD수첩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각종 단체는 지금 어디론가 사라져 조용하기만 하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지식인, 언론인, 활동가 그들은 지금 자취를 감췄다. 책임을 지려는 사람도, 문제를 직시하려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법. 광우병 사태와 촛불시위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광우병 촛불, 그후 2년’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당시 사건 이후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시위에 대해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보고서 작성을 명했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감성에 사로잡히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직시하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 아픔과 부끄러움을 묻어만 두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 그런 고침의 과정이 없다면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픔은 성장의 발판이라고 한다. 이제 촛불시위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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